더불어민주당 비명계(비이재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내년 4월에 치러질 제22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여야 현역의원 중 처음으로 정치적 노선 문제로 탈당을 선언해 향후 정계 개편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 의원은 3일 언론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나는 오늘 자로 민주당과 결별하고자 한다”면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오히려 나아지기는커녕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돼 딱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내로남불과 위선, 후안무치, 약속 뒤집기, 방패 정당, 집단 폭력적 언동, 혐오와 차별 배제, 무능과 무기력, 맹종 등 온갖 흠이 쌓이고 쌓여 도저히 고쳐 쓰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너무나 부끄럽고 양심의 가책이 무겁게 짓누른다. 지금의 민주당에 대한 희망과 꿈을 접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의 기대와 노력은 무망하고 무용할 따름”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그리고 이 의원은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는 “이제 내 정치적 꿈과 비전을 펼치기 위해, 상식의 정치를 복원하기에 그 터전이 될 수 없는 지금의 민주당과 유쾌하게 결별하고 삽상하게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면서 “앞으로의 구체적 행로에 대해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며 숙고한 후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 체제를 앞장서 비판해온 대표적인 비명계인 이 의원은 이미 지난달부터 탈당을 예고하면서 그동안 국민의힘과 제3지대 신당 합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던 만큼 추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4일 CNB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향후 행보에 대해 “현재로서는 온전한 당이 별로 없지만, 금태섭 전 의원을 비롯해 양향자 의원 그리고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창당하는 신당도 있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가장 친화적인 건 민주당을 재건하고 복원하는 바람이지만 아직 어떤 곳에 방점을 두고 있지 않다. 정치적인 꿈을 펼칠 공간이 있고, 날 반겨주고 뜻을 같이할 수 있는 곳이면 더 좋다”면서 “이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금 전 의원 등의 세력이 연합하면 제일 좋겠다. 양당에 대한 반감이 깊어진 지금 대체 정당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국민의힘에선 아무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이 전 대표와 금 전 의원, 양 의원 등과는 계속 소통하고 있다”면서 “지난주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만나자고 해 면담한 자리에서 탈당 의사를 전했다. 홍 원내대표가 만류했지만 이미 마음이 기울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에게선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전했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인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15년 전인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낙천했을 당시에도 탈당해 당시 이해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바꿔 재선한 뒤 2011년 친정인 민주당으로 복귀해 3·4·5선을 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이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자 민주당 내에서는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졌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이날 본인의 SNS에 “2008년 자유선진당 이번에는 국힘(국민의힘)으로 가는거냐?”면서 “5선까지 했으면서 그렇게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고 싶으냐. 먹던 우물에 침은 뱉지 말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 의원 옆 지역구(대전 유성갑)인 민주당 조승래 의원도 자신의 SNS에 “그 어떤 논리로도 이 의원의 탈당은 국회의원 자리를 연명하고 모로 가도 국회의장만 하면 된다는 것 아닌가”라며 “같은 유성구 의원으로 유성구민과 당원들에게 죄송하기만 하다. 개인의 영달을 위한 탈당으로 정권 심판의 대열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 내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 소속인 한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문제의식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상민 의원과의 차이는, 문제의식은 공감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과 해법, 여기에선 저희와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이 의원이)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 의원이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 의원의 탈당 이후 민주당 내 추가 탈당 여파가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독자노선을 걷는 건 타이밍이나 방향 등 부분들이 저희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저희가 어디로 가야 되느냐는 부분에 대해선 아직 결론 낼 상황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을 아꼈다.
(CNB뉴스=심원섭 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