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에 치러질 제22대 총선을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 주장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 달 30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논의의 쟁점인 비례대표 배분 방식과 관련해 논의를 했으나 ‘병립형 회귀 및 권역별 비례제’와 ‘준연동형제 유지 및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 주장이 팽팽히 대립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 입장이 거의 반반이었다”면서 “오늘 논의는 ‘연동형’이나 ‘병립형’이냐의 문제는 좀 더 이야기해보자는 것으로 많은 의원들이 특정 제도가 선이고, 악이라고 판단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약속을 파기할 경우 약속 파기에 대한 국민적 사과나 합당한 이유를 제시할 필요가 있고, 가급적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의견을 모아 입장을 최종 정리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중요한 건 좋은 제도를 충분히 여야 간 숙의를 거쳐 합의할 수 있고 국민적 공감대가 가능한 안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시간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시간은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선거제의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시사하면서 본인의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과거로 퇴행하려 한다는 이유에. 당내 여론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달 28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선거는 승부인데,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우리도 타협과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이상적 주장을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총선에서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의 폭주와 과거로의 퇴행을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회귀’로 감지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리고 친명계인 진성준 의원도 지난 달 2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이러한 현실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생각하는 의원들이 절반이 넘는다”고 주장하면서 “현실적 이익이 있기 때문에, 거대정당이 위성정당 창당의 유혹을 느끼니 막을 방법이 없다”고 이 대표의 주장에 동조했다.
CNB뉴스 취재에 의하면 비공개로 열린 지난 달 30일 의총에서도 당 지도부인 정청래 최고위원을 비롯해 친명 성향의 안규백·강득구·김용민 의원 등이 “준연동형 제도가 유지돼 여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 ‘원내 1당’을 뺏길 수 있다”는 현실론에 입각한 ‘병립형 회귀’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명분이 부족하다”며 반발이 터져 나와 공개적으로 처음 포문을 연 것은 지난 달 28일 자신의 지역구(경기 용인정)에서의 불출마 선언을 한 이탄희 의원으로 “당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결단을 계기로 김두관, 민형배 등 친명계 의원들도 포함한 민주당 소속 75명 의원들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함께 제출하며 이 의원에게 가세했다.
특히 비명(비이재명)계인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주도하는 ‘원칙과 상식’은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여기에 이낙연‧김부겸 전 총리를 비롯한 당내 원로와 중진들도 총출동해 이 대표를 포위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달 3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다당제에 도움이 되는 선거제를 가져오는 게 맞다.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하는 준연동형제 유지가 시대 요구에 더 맞다”고 각을 세웠으며, 또한 김동연 경기지사도 “정치개혁 결의문에 전 당원 94%의 지지로 채택한 바 있다”며 “바른 길, 제대로 된 길을 민주당이 먼저 가야 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당내 거센 반발에 이 대표와 지도부도 당황한 분위기다.
이와 관련 민주당내 중도성향의 한 중진의원은 1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를 단정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이 정도로 많은 의원들의 반발에 적잖이 당황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당내에는 현행 준연동형 하에서는 위성정당, 신당 난립 자체를 막을 수가 없다는 한계에 병립형 회귀에 동의하는 현실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역시 중도성향의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위성정당 금지법으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금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면서 “이상적인 모습과 당면한 총선 현실에서 지금 무엇이 우선하는 과제냐를 놓고 비교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논란 속에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국회의장 측에서는 ‘병립형 복귀’ 대신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선발하는 ‘권역별 명부식’ 도입을 제안하고 있어 고민은 깊어지는 상황이다.
더구나 내년 총선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이 대표는 ‘병립형으로 결심하셨나’, ‘연동형 당론 채택 검토는 없느냐’ 등등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등, 다시 침묵 모드로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