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11.29 11:32:26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이 사당화(私黨化)되면서 당내 민주주의가 억압받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여과 없이 비판하자, 민주당에서 탈당한 친명계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이 전 대표를 향해 “철저하게 반성문을 써야 할 분이 자기 책임은 망각하고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고 반발하는 등, 당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8일 이낙연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진행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 기조연설에서 “제1야당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다”면서 “과거의 민주당은 내부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면역체계가 작동해 건강을 회복했으나 지금은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 영향으로 그 면역체계가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질병을 막지 못하고 죽어간다”며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한다. 참담하다. 당내 민주주의가 거의 질식하고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지적은 민주당이 이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에 기대어 당을 운영하면서 비주류의 ‘쓴소리’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은)정책이나 비전을 내놓는 활동이 미약해졌고, 어쩌다 정책을 내놔도 사법 문제에 가려진다”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우회적으로 꼬집으면서 “지난해 이재명 대표의 대선 패배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민주당 최고책임자의 입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가 나온 것을 보고 경악했다”며 “거기서부터 결정적으로 (당이) 어그러지게 만든 것이다. 더 이상의 평가가 불가능하게 방패막을 쳤으니 지금까지도 대선에 대한 평가가 안 나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일부 지지층이 자신에게 대선 패배의 원인을 돌린 데 대해서도 “윤석열 씨가 대통령이 된 게 홍준표씨나 유승민씨 덕분은 아니지 않느냐. 남 탓은 자기 파괴이고 참으로 못난 짓”이라고 쏘아붙이면서 “모든 것이 나 때문이라고 하는데 제가 그렇게 위대하면 다른 사람은 모두 바보였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행사 중간에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로 인해 민주당이 사당화되고 있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도덕적 감수성이 무뎌지고 당내 민주주의가 억압되는 것은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 대표를 정면으로 비난하면서, 전날 당무위원회가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사당화의 논란이 있는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에 대한 ‘공천 학살’이 우려된다는 질문에 “진정한 시스템 공천이 훼손되면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고 답하면서도 ‘신당 창당에 나설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항상 골똘하게 생각하며, 여러 갈래 모색 중”이라고 여지를 두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앞서 기조연설에서도 “(정치권에서) 지금의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갈래의 모색이 이어지고 있다. 그분들과 상의하지는 않았지만, 문제의식과 충정에 공감한다”면서 민주당 내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 ‘새로운 선택’ 금태섭 전 의원 등 제3지대 정치세력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하기도 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모임을 기점으로 비명계 의원들의 구심점으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날 이 대표는 이 같은 이 전 대표의 비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친명계 무소속 김남국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이 대표를 비판한 이 전 대표를 향해 “철저하게 반성문을 써야 할 분이 자기 책임은 망각한 채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이어 김 의원은 “부동산 정책을 비롯, 자산 양극화 심화 등, 국무총리로서, 그리고 180석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당 대표로서 먼저 정책 실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돌아보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이 전 대표는 정치평론가가 아니다. 정치평론가처럼 남일 보듯이 말할 것이 아니라 처절한 반성문부터 먼저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그리고 당의 어른으로서 당내 계파 갈등을 완화시키고 그 누구보다도 당내 통합을 위해서 힘을 보태주어야 할 분"이라며 "도리어 계파 갈등을 재부각시키고, 당내 분란을 더 키울 기폭제가 될만한 발언을 한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라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