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11.16 12:23:59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도부·중진·친윤계(친윤석열계)의 내년 총선 불출마·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와 관련해 이들이 강력하게 반발 의사를 내비치자 이른바 ‘용산발 메시지’ 카드까지 꺼내 들며 압박의 강도를 높여 당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은 거침없는 얘기를 하려고 한 열흘 전에 여러 사람을 통해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을 통해 ‘지금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소신껏, 생각껏 거침없이 해라’라는 신호를 보내 왔다”면서 “지적할 건 지적하라. (나는)그것에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라고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처럼 인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거침없이 하라’는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윤 대통령이 혁신위 행보를 전폭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인 위원장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당 지도부, 영남 중진들, 그리고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커다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당분간 당내 논란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5선으로 당내 최다선 의원 중 한명인 주호영 의원은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며 “서울 갈 이유가 없다”고 반발한 데 이어,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이뤘던 김기현 대표와 ‘핵심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일컫는 장제원 의원이 동시에 인 위원장의 권고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반발 의사를 내비쳤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106돌 행사 참석 한 후 기자들을 만나 “혁신위가 질서있는 개혁을 통해 당을 혁신하도록 권한이 부여된 건데 일부 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며 “권한과 책임 사이 균형을 잘 유지하는 정제된 언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다음 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총선은 종합 예술작품이다. 단편 예술작품이 아니라 종합 예술작품인 만큼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종합 예술 차원에서 잘 지휘해나갈 것”이라며 “총선 관련 당내 여러 기구들이 혁신위 안건들을 잘 녹여내고 그것이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도록 당 지도부가 잘 이끌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 의원은 지난 11일 버스 90여대에 4200여 회원이 운집해 세 과시를 한, 지지자 모임에서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반발하면서 인 위원장의 ‘낙동강 하류’ 발언을 겨냥한 듯 “낙동강 시대의 중심 ‘사상’을 만드는 데 제 남은 인생 모든 것을 바치겠다. 부산 사상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다음날 교회에 가서 신앙 간증을 통해 “난 눈치 안 보고 산다, 아무리 권력자가 뭐라고 해도 할 말 하고 산다”며 “부산에 남은 인생 다 바치겠다”고 주장한 동영상을 공개해 윤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 초 당내 주류로 급부상했던 윤핵관 그룹은 좌초 위기이고,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은 인 위원장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난 3월 국민의힘 당권 창출로 홈런을 쳤던 ‘김장연대’가 올 김장철에는 이 같이 ‘방출 대상’으로 반전된 모습을 보이면서, ‘친윤계’ 마저 이들에 대한 압박에 나서 결국 두 사람은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당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친윤계 의원은 16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혁신위가 무조건 몰아붙이기만 하면 장제원 의원이 결단을 내린다고 해도 무슨 감동이 있겠느냐”고 지적하면서 “물론 혁신위도 활동 기한이 있어 다급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는 하지만, 정치인의 결정에는 명분과 시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장 의원의 최근 행보가 ‘세 과시’를 통해 혁신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라기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정치생명을 걸도록 내몰린 상황을 놓고 지역 지지 기반과 그간 정치 역정을 강조하며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두둔했다.
또한 이 의원은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이었는데 그의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를 인 위원장을 통해 결단을 내리게 한다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며 “‘윤심’은 절대로 아니지만, 장 의원이 4천여명을 동원한 산악회 모임을 강행한 것은 오해 부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