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은 조화 속 요술 같은 기술 창조
인류는 수백만년 간 자연과 공생 이뤄
근대과학은 불과 수백년 만에 조화 파괴
지금이라도도 친환경 기술에 방점 둬야
과학기술이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1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기술은 발전을 거듭, 고도화되었다. 어릴 적 주린 배를 채워주었던 공장, 높은 그 굴뚝에 휘날리던 검은 연기는 바로 우리 마을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배가 불룩 나왔을 무렵 이미 하늘은 검어졌고 우리의 숨마저도 가빠졌다. 인간의 기술이 안겨준 편의함 속에 시퍼런 칼날이 숨어있었다. 이즈음 정말 아무런 문제조차 없는 기술, 마치 자연을 창조하신 절대자 신의 완벽한 기술이 우리에게는 결코 불가능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편집자 주>
# 신의 절대기술
138억 년 전 빅뱅이라는 대폭발이 있었는데, 한 점에서 모든 게 튀쳐 나왔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방정식 E=mc2에서 모든 물질(m)과 에너지(E)가 서로 같은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나무라는 ‘물질’을 태워 ‘에너지’를 뽑아내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개념이 그다지 어렵진 않다. 하지만 반대로 에너지로 나무를 만드는 것은 상상조차 힘들다.
빅뱅 때 어떻게 해서 모든 게 생겨났는지 한번 상상해 보자. 으음~ 빅뱅 전날 밤, 신께서 그 하나의 점에다가 에너지를 엄청나게 가득 채우시고는, 펑~ 하고 터뜨리시면서 온갖 물질을 만들어내신 것으로 말이다.
우리 머리로 이해하기 힘들 때 절대자를 등장시키면 수월해지는데, ‘절대’라는 말은 비교나 경쟁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거기에 ‘자’를 덧붙으면 바로 절대자, ‘신’이라는 전지전능한 표현으로 변모된다. 곧 신께서 에너지가 퍼져나가는 동안 다양한 물질로 변하게 명령하셨다면 설명이 되어버린다. 절대자이신데 못할 게 없지 않은가? 이처럼 신께서 부리는 요술 같은 조화를 절대기술, 바로 신의 기술이라 부르고 싶다.
# 인간의 기술
250만 년 전 인간은 돌도끼로 구석기시대를 열었다. 불은 150만 년 전부터 사용했다는데, 그 불로 화식하면서 인간은 영리해졌다. 서기전 2000년경에 시작된 청동기시대 이후 다양한 도구와 무기로 인간의 기술들이 속속 탄생했다. 서기전 600여년 전 인류사상 중요한 철기시대를 맞이하면서 철 등 각종 금속을 이용하면서 강하고 정교한 기술들로 달라져 갔다. 이때까지 만들어낸 인간의 기술들은 그나마 친환경적이었고 또 인간들은 매우 겸손했었다.
한참 뒤 1784년경 제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증기기관으로 촉발되어 연이어진 몇 차례의 산업혁명으로 세상은 급속히 달라졌다. 불과 250여년 만에 유인원 이후 지금까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해 나가며 인간의 기술은 극도로 고도화되어 나갔다.
# 인간의 기술이 가져온 부작용들
신의 기술인 절대기술은 참으로 절묘했다. 재료도 없이 에너지 하나만으로 다양한 것을 만드신 것인데, 우리 눈으로 보는 우주의 삼라만상, 그 속에 우리의 지구 그리고 온갖 생물들… 전부다 이다.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또 인간의 고도화된 기술에서 보더라도 신께서 만드신 물질들은 너무나도 다양하여 흉내는커녕 이해조차 힘든 그런 신의 기술이다. 인간을 창조하실 때, 살이라는 천으로 몸이라는 옷을 만들어 입혔던 기술에는 바느질 자국 하나 볼 수 없고 중간중간 적절한 위치에 눈, 코, 입 그리고 팔다리도 달아 붙인 그 기술이 놀랍기만 하다. 나무 아래 작은 꽃 한송이에도 당신의 소홀함은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당신 홀로 절대기술의 손길을 휘둘러 세상을 엮는 동안 무척 많은 시간을 투입하셨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다른 것들에게 줄 영향까지 이모저모 고심의 흔적을 뒤늦게나마 볼 수 있었다.
그러한 과정 속에 한참 뒤 등장한 인간들은 신의 그간의 노고와 배려도 전혀 모른 채 제 것인 양 그저 모든 것을 막 써댔다. 열매를 얻으려 나무에 오르거나, 깊숙한 땅속에 숨겨둔 것을 캐내는 정도가 인간이 했던 전부였다. 참! 빛과 열을 얻으려 밤새 태양을 기다리거나 또 바람과 비를 고대했던 것도 있네. 어쩔 수 없어서 인간들은 기다린 것이고 또 겸손해야만 했지만 결코 신의 심오한 뜻마저 인간들이 이해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증기기관이 발명되자 인간들은 환호했다. 증기를 얻기 위해서는 석탄값을 톡톡히 치러야 했고, 또 석탄 채굴을 위해 격한 노동도 감수해야 했다. 석유의 경우도 같았다. 신께서 숨겨 놓은 공짜에너지를 캐내 쓰면서 인간은 힘을 키워나갔다. 곧이어 자동차, 비행기 그리고 우주선까지 등장시키면서 인간의 기술들은 더욱 강해졌다. 인터넷과 컴퓨터, 나아가 로봇,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까지 출현시키면서 결국 인간 스스로 교만해져 버렸다.
# 이제는 신의 기술, 절대기술로 가야
신이 수억 년간 고심해 만든 작은 산을 포크레인 하나가 며칠 만에 뭉갠다. 그렇다고 인간의 기술이 신의 기술보다 나은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가정과 전제를 앞세운 인간의 기술은 목표만 향해 나갔는데, 예컨대 에너지를 얻을 작용만 생각했었지, 환경이 악화되는 반작용 같은 폐해는 외면했었기 때문이다. 결국 푸르던 강물은 흐려지고 파란 하늘에도 구멍이 뚫렸다. 빙하와 만년설마저 녹아 해수면까지 치솟았다. 전례 없던 폭우, 폭풍, 폭염도 나타났다. 바로 인간의 기술이 몰고 온 어둠이었다. 속도만 앞세우려다 비롯된 것이었다.
이제 나무를 태우면 이산화탄소는 발생되지 않고 원하는 열에너지만 쏙 뽑아낼 수 있는 녹색기술을 고심하자. 자동차가 달릴수록 공기가 더 깨끗해지는 청정기술만 고집하자. 친환경을 위장한 그린워싱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오직 자연을 보존하며 온갖 것들이 다함께 영구 지속생존할 수 있는 신의 절묘한 기술같은 절대기술을 향해 나아가도록 합심하자. 신속함이 아니라 신중함이 우선이다. 이제부터 등장하는 새 기술마다 생활에 적용하기 전 다각도의 종합평가를 받게 하자. 작은 것 하나를 창조할 때마다 신께서 고심한 노고와 허비(?)하신 시간을 생각한다면 너무도 당연한 게 아닐까 싶다.
* 최규하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 전 한국전기연구원장, 전 건국대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