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10.26 12:12:40
내년 4월에 치러질 제22대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정국에서 사면·복권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개 행사에 잇달아 참석하고 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SNS로 지지자들과 소통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전직 대통령들이 서서히 정치적 보폭을 넓히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직 대통령 3인 중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인물은 이 전 대통령으로 25일 재임 시절 조성한 4대강 16개 보 중 하나인 경기 여주 강천보를 작년 12월 사면 이후 처음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보 해체 반대 활동을 해온 전국 16개 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초청으로 강천보 걷기 행사에 참석해 “4대강은 정치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면서 공개 행보를 재개한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현 문체부 장관이 주연을 맡은 연극 ‘파우스트’를 관람한 데 이어 서울시장 재임 당시 복원한 청계천 방문, 중소기업중앙회 포럼 기조연설에도 나섰다.
그리고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꾸준히 붓글씨를 써온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통령은 오는 12월 13∼21일에는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서예전을 열고 출소 이후 쓴 30여점의 최근작을 비롯해 100여점의 작품을 출품할 계획이다.
지난 2021년 12월 특별사면 이후 대구 사저에 칩거해 온 박 전 대통령도 최근 회고록 공개를 시작했으며, 앞서 지난 달 추석을 앞두고 사저 인근 전통시장을 찾아 주민들을 만나는 등 최근 공개 행보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오늘 국립현충원에서 열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등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지난 9월 대구 사저에서 김 대표를 만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여당 지도부와 만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공개 행보가 총선을 앞두고 옛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을 각각 지원 사격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중심으로 당이 재편된 상황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선거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영남권 의원은 26일 CNB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공개 행보를 계속하더라도 큰 정치적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영향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지난 달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처음 서울을 찾았을 만큼 여의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이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처럼 공개 행사에 참석하기보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지자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가 개봉한 데 이어 사실상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들의 집결 장소인 이른바 ‘문재인 책방’인 평산마을책방도 같은 달 오픈했다.
전직 대통령의 집결지인 연희동(전두환), 상도동(김영삼), 동교동(김대중), 봉하마을(노무현)과 마찬가지로 평산책방 오픈 이후 문 전 대통령의 일상은 SNS를 통해 평산책방 소식을 비롯한 일상 관련 글을 주로 올려 생중계되다시피 하고 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에는 재임 시절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책을 소개하며 부동산과 관련한 언급을 했고, 지난달에는 고용정책,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하는 등 종종 정치권 현안 관련 입장도 밝히고 있으나 퇴임 시 다짐했던 ‘잊힌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문 전 대통령이 사실상 총선과 관련한 영향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상항에 따라 통계 조작 등 전임 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의 수사가 강도를 더해질 경우 이를 지적하는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한민국 역사상 전례없이 공식석상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3명의 전직 대통령의 연령은 이 전 대통령이 1941년생으로 82세, 박 전 대통령이 1952년생 71세, 문 전 대통령이 1953년생 70세로 모두 70세가 넘었지만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공식적으로는 공히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들의 총선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