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10.23 11:13:46
앞으로 정치·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자동응답서비스(ARS) 방식을 없애고 조사원이 진행하는 전화 면접 조사만을 시행하되 응답률도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할 경우 미국 등 선진국처럼 최소 10%를 넘도록 했다.
한국갤럽 등 국내 조사기관 34곳이 가입해있는 한국조사협회(KORA)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일고 있는 정치·선거 여론조사 신뢰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자체적으로 정치·선거 전화 여론조사의 기준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한국조사협회 한 고위관계자는 “ARS는 거짓말을 해도 통제를 할 수 없어 초등학생이 선거 여론조사에 답하는 경우도 있다”며 “또 기계음이 조사를 하다보니 응답률이 떨어져 정치 고관여층만 참여하게 되는 왜곡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조사협회는 향후 회장사인 메트릭스, 한국갤럽, 넥스트리서치, 리서치앤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한국리서치 등 34개 조사기관이 발표하는 대통령 국정 지지도, 여야 정당 지지율, 총선 관련 여론조사 등에 이런 기준이 적용되며 소속 업체가 ARS 조사를 할 경우 이사회를 통한 제명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협회는 전국 단위 전화 면접 조사를 할 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선거 여론조사 기준상 응답률은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할 경우 최소 10% 이상, RDD(전화번호 임의걸기)를 이용할 경우 최소 7%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조사대상자의 지역, 성별, 연령대 등 정보가 함께 제공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와 달리, 임의 번호만 추출되는 RDD는 상대적으로 표본 크기를 맞춰 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부재중이거나 통화 중인 조사대상자에게는 3회 이상 재접촉을 시도해 최초 조사대상자로부터 응답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기준에 포함시켰으며. 이밖에 조사 결과는 오차가 존재함에도 불구, 소수점 이하를 표기하면 이 조사가 과도하게 정확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한 정수로 제시하도록 했다.
한국조사협회가 자체적으로 정치선거 전화 여론조사 기준을 마련하고 준수할 것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러한 기준은 21일부터 협회 소속 34개 여론조사 기관에 적용됐고, 이들 조사기관은 앞으로 이 기준을 준수해 조사 결과를 공표하게 된다.
이와 관련 조사협회 조일상 회장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정치선거 전화 여론조사 기준이 정치선거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정치권과 언론 등도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리얼미터 등 19개 회사 소속된 한국정치조사협회 관계자는 한국조사협회 발표에 대해 “각 당의 싱크탱크도 ARS를 선호할 정도로 실제 결과는 ARS가 더 정확하다”며 “한국조사협회는 이전에도 ARS 조사를 안 한다고 했는데, 과거의 경우 선거가 임박하면 한국조사협회 회원사 절반 이상이 후보자들에게 ARS 견적을 내주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양쪽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한 업체 관계자는 “전화 면접 조사는 ARS 조사보다 비용면에서 통상 3~4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화 면접 조사는 한국조사협회 소속 대규모 업체들이 많이 하지만 ARS 조사는 한국정치조사협회에 소속된 소규모 신생 회사들이 많이 한다”며 “값싸고 빠른 ARS가 시장의 주류가 되자 여론조사업체 간 경쟁이 분출된 상징적 장면”이라고 지적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