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탄 쏜 오비…하이트·롯데 인상대기 중
이미 ‘소맥 1만2000원’…“술자리 두려워”
중동지역 전쟁까지 터져 갈수록 상황 악화
오비맥주(OB맥주)가 지난 11일부터 카스·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리면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도 맥주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주류 빅3’ 모두 가격 인상이 점쳐짐에 따라 식당가를 비롯한 외식업계도 주류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CNB뉴스=전제형 기자)
오비맥주는 최근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했다. 단,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정용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카스 500㎖ 캔 제품은 현행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편의점과 마트에서 판매되는 355㎖(캔) 제품과 외식업소용인 500㎖(병) 제품에 한해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앞서 주류업체들은 지난 4월 맥주 종량세가 30.5원 뛰면서 제품 출고가 인상을 검토한 바 있으나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가격 조정을 보류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기존 곡물·팜유값이 지속 상승한 데 더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으로 유가까지 치솟으면서 가격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 측은 환율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으로 제품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국내 가정용 맥주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비맥주가 제품가를 올리면서 경쟁사인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기업들도 주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매출 1위 기업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후발주자들도 뒤따르는 게 관행이기 때문.
하이트진로 ‘테라’ ‘켈리’, 롯데칠성 ‘클라우드’ 등 맥주뿐 아니라 소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 인상도 거론되고 있다. 국내 10개 주정(에탄올) 제조사에 주정 판매를 하고 있는 대한주정판매는 올 4월 주정 가격을 평균 9.8% 올렸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 가격이 해마다 인상되는 동시에 병과 병뚜껑 가격도 올라 소주 가격도 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맥주 출고가가 오르면서 식당·주점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은 더 비싸질 전망이다.
대개 주류 출고가가 50원~100원 인상될 경우 식당가에서는 제품 판매가를 500원~1000원가량 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기류나 채소류, 장류 등의 가격이 인상될 때마다 손실분을 주류 매출로 충당하는 외식업 구조 때문이다.
이미 서울 내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맥주와 소주 모두 최대 6000원 선에서 내놓고 있어 ‘소맥(소주+맥주)’ 가격은 1만2000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잔여 업체들의 제품 출고가가 인상될 경우 식당가의 주류 제품 판매가 역시 추가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외식업 종사자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장모(53)씨는 CNB뉴스에 “가뜩이나 코로나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저녁에 술을 마시는 손님들이 절반 이상 줄어들어 가게 영업시간도 한 시간 가까이 단축했다”며 “애당초 매출이 시원찮은 상황에서 제품 출고가가 올랐다고 해서 무턱대고 주류 가격을 올렸다간 수익이 지금의 반토막이 될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일반 소비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강모(38)씨는 “점점 술값이 식사 한 끼 가격과 비등해지는 느낌”이라며 “이참에 술담배를 멀리할까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다”고 밝혔다.
(CNB뉴스=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