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09.27 11:53:0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신병을 확보해 이 대표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각종 혐의를 밝히려던 검찰의 계획에 제동을 걸렸다.
반면 이 대표는 구속의 위기에서 벗어나 흔들리는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고 지난 2년간 자신을 전방위로 압박해 온 검찰에 반격할 계기를 마련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9시간이 넘게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한 뒤 27일 오전 2시 23분경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에 대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했다.
이어 유 부장판사는 백현동 사건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서도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검찰의 증거인멸 우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유 부장판사는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해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다”고 지적하면서도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검찰은 지난 두 차례 구속 영장 청구 끝에 민주당내의 ‘반란자’들의 도움으로 ‘방탄 국회’ 시도를 뚫고 국가 의전 서열 8위인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 기회를 얻었지만, 법원에 이 대표 구속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극적으로 구속을 피한 이 대표는 당내 리더십을 회복하고 검찰을 향해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권을 남용했다’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은 수사 정당성에 큰 타격을 입고 수사 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검찰의 남아있는 관련 수사도 동력을 잃고 한동안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일단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한 뒤 추석 연휴가 지나면 이 대표에 대한 수사 방향을 다시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소감을 통해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며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 준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