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기자수첩] 부담 없이 ‘짠’, 어른이 스낵

  •  

cnbnews 전제형기자 |  2023.09.04 11:39:37

농심 ‘먹태깡’. (사진=전제형 기자)

“지금 다 팔리고 없는데...내일 오전 중에 다시 한번 와주시겠어요?”

바야흐로 어른이 스낵 전성시대다. 어린이 먹거리로 취급됐던 스낵이 달라졌다. 연초부터 약과 등을 앞세워 ‘할매니얼’ 트렌드가 급부상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모습이다.

최근 술안주를 콘셉트로 한 스낵이 등장하고 있다. 사실 스낵은 가볍게 맥주 한잔하면서 곁들일 수 있는 최고의 안주다. 기자도 집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며 새우깡 한 봉지를 까놓고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기도 한다. 이제 대놓고 “나 맥주 안주요”하는 스낵이 탄생한 것이다.

농심이 지난 6월 말 출시한 새우깡의 후속작 ‘먹태깡’이 그 주인공이다. 먹태깡은 등장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고, 편의점에서 그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먹태깡 구매를 위해 동네 편의점을 뒤졌으나 퇴짜만 맞았다. 한 점주는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발주 제한이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발주는 4봉지로, 들여오기 무섭게 동난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몇 차례 실패 끝에 가까스로 먹태깡을 구할 수 있었다.

먹태깡은 청양마요맛이란 걸 강조하기라도 하듯 연녹색으로 포장지가 칠해져 있었다. 이를 뜯자 농심의 감자 스낵 ‘포스틱’과 비슷한 생김새의 과자가 두 눈을 사로잡았다.

때마침 집안 냉장고에 남아있던 맥주캔 한 개를 딴 뒤 먹태깡에 도전해봤다. 바삭하면서 짭짜름한 먹태의 맛이 맥주와 한 데 잘 어우러지다 못해 알코올을 계속 부르는 느낌이었다. 안주 전용 스낵이라는 것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농심에 따르면, 먹태깡은 맥주 안주로 인기가 많은 먹태의 맛이 접목된 제품으로 먹태 특유의 풍부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먹태와 함께 소스로 곁들이는 청양마요맛이 첨가돼 짭짤하면서 알싸한 맛을 살렸고, 모양은 납작한 스틱 형태로 만들어져 바삭하게 한입에 즐기기 좋다.

농심은 먹태깡을 선보이며 새우깡의 인기를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까지는 대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먹태깡은 출시 첫 주에 초도물량인 100만 봉지가 완판됐고, 3주 만에 172만 봉이 판매됐다. 이어 지난달 23일 기준 누적판매량 300만 봉지를 돌파했다.

품귀 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다 보니 오픈마켓(온라인 쇼핑 중개)에서는 정가(1700원)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가격에 먹태깡이 거래되기도 한다. 현재 쿠팡·G마켓 등에서는 배송비 포함 1만원대 초중반대에서 해당 제품이 판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먹태깡의 인기 때문일까. 술안주를 콘셉트로 한 스낵이 속속 나오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4일부터 편의점을 시작으로 오는 9일 이마트, 11일 대형마트에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을 전국에 발매할 예정이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노가리칩은 담백한 노가리에 칼칼한 청양마요맛 시즈닝이 더해진 게 특징이다.

유앤아이트레이드(유앤)도 같은 시기 편의점에 ‘먹태이토 청양마요맛’을 내놓을 계획이다. 먹태에 매콤 고소한 청양마요맛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식품업체들이 어른을 대상으로 술안주 스낵을 선보이는 이유는 뭘까.

취재해 보니 저출산 현상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도달했다. 통계청이 지난 8월 말 발표한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0.05명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9년 이래 2분기 기준 최저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CNB뉴스에 “주요 소비층인 유아동·청소년층이 줄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성인을 타깃으로 한 제품 라인업으로 중장기 수익모델을 구상해나가는 모양새”라며 “MZ세대를 비롯해 중장년층에게 소구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스낵이 매대를 채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먹태깡 이후 비슷한 제품 출시가 예고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모방’ ‘미투’ 등의 논란도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어른이 스낵이라는 영역이 생기는 것에 대해 반기는 모습도 적지 않다.

회사원 서모씨(33)는 기자에게 “식품사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고 연구하며 세상에 없던 스낵을 내놓는 것도 좋지만 입맛이라는 게 참 보수적인 것 같다”며 “요즘처럼 물가상승으로 인해 한없이 지갑이 가벼울 때엔 다들 부담 없이 집어들 수 있는 안주 전용 스낵을 반기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