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정만기 부회장 주재로 ‘제5차 수출 확대를 위한 산업계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12일 열린 이번 회의는 바이오 수출업계의 현장 애로 파악을 위해 마련됐다. 원스톱 수출·수주 지원단 나성화 부단장과 한국바이오협회,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등 협단체, 메디톡스, 바이오니아, 쓰리빌리언 등 바이오산업 관계자 6명이 참석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하반기 수출은 에너지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부진, 반도체 수출 감소, 아세안 국가들과의 새로운 경쟁 등으로 인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출 산업 기반 확대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바이오산업 등 신산업을 성장시키고 수출과 투자를 방해하는 핵심 규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만기 부회장은 “우리 수출 상품이 단순 상품에서 의약품, 바이오 등 수출국에서 인증을 거쳐야 하는 기술성이 복잡다기화한 제품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수출 지원 제도도 고도화되어야 할 것”이라며, “1일 근로시간과 주당 근로시간을 동시에 규제하는 국가는 경쟁국들 중에선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그는 노동 시장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최저임금 협상과 관련하여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소외된 계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에 포함시키는 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구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업종별 토론에서 참가 기업들 중 쓰리빌리언 금창원 대표이사는 “체외 진단 서비스의 보험 청구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실험실 표준 인증을 획득한 수탁 분석 기관인 클리아 랩 인증을 받은 경우 의료기관이 아닌 기업에서 진단을 받더라도 보험 적용이 되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의료기관이 수행한 진단에 대해서만 보험을 청구할 수 있다”며, “디지털 진단 관련 산업 성장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는 이런 규제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창원 대표는 “대부분 수출 지원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에 한정하고 있어 체외 진단 서비스의 경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한 만큼 체외 진단 서비스 등 의료 서비스도 수출지원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디톡스 김지호 이사는 “현재 베트남, 브라질, 중동 등에서 미용 성형 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남미에서는 한국산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보톡스라고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의 경우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되어 있어 수출 승인이 필요하나 승인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호 이사는 “빠른 출고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승인 절차 때문에 수출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고 심사 기간이 3개월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며, “보톡스의 수출 패턴이 유사하고 심사 절차가 정형화되어 있는 만큼 절차 간소화를 통한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니아 정현근 이사는 “분자 진단 장비의 경우 인허가 획득뿐만 아니라 비교 임상 진행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국내에서 국산 장비 사용이 늘어난다면 국내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고 해외 임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만큼 공공조달 및 ODA 사업 추진 시 국산 장비 사용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배민철 사무국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규모는 아직 영세하나 2021년 매출은 1조 822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5%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며, “의료 소프트웨어 수출 시 수출 시장 사용자의 의료 정보 등 해외 데이터 활용이 중요하지만 데이터의 역외 반출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민철 사무국장은 “영국 바이오뱅크, 미국 All-of-Us 연구 프로그램 등 해외 바이오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국제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김대현 부장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진단키트, 백신 등코로나 관련 제품의 수출 규모가 감소했지만 바이오 의약품의 수주 성과가 뒷받침하며 올해 수출은 전년 대비 소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바이오산업의 경우 거버넌스 리스크가 큰 산업이기 때문에 민관·민간간 다양한 협력 채널을 구축하며 산업 활성화 관점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현 부장은 “바이오 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바이오산업 관계 부처와의 협력을 확대해 미국, 유럽 등 주력 시장에 대한 진출을 확대하고,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판로 개척에 나서 의료 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최석호 부장은 “각 산업 인증 수요의 점진적 증가로 정부의 해외 인증 획득 지원 사업도 확대되고 있으나 필요 수요 대비 기업에게 지원되는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의료 분야의 경우 모든 수출에 대해 각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만큼 인증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석호 부장은 “약 5000만원에 해당되는 해외 전시회 참가비용은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정부가 주도해 의료기기·의약품·디지털 의료·의료 서비스 등 각 바이오 분야별 해외 시장 개척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스톱 수출‧수주 지원단 나성화 부단장은 “오늘 나온 애로와 건의들을 관계 부처와 적극 협의해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회의에서 제기된 애로에 대한 구체적 정책 대안을 마련해 관계 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