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향후 진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저녁 서울 모 식당에서 배석자 한 명씩을 두고 만찬을 겸해 ‘막걸리 회동’을 할 예정이었으나 집중호우 탓에 회동을 연기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회동을 두시간 앞두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대표와 이 전 대표의 회동 일정은 호우 경보와 그에 따른 수해에 대비하기 위해 연기한다”고 밝혔다.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낙(친이낙연)계 수장이자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두 사람의 회동은 당내 계파 갈등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으며, 특히 윤석열 정부 견제에 협력하기로 한다면 계파 갈등은 잠잠해질 가능성이 큰 반면,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비롯해 강도 높은 혁신의 필요성 등을 언급한다면 갈등이 심화할 확률이 높았었다.
그러나 이날 호남에서 시간당 최고 51mm의 비가 쏟아지며 도로침수·정전 등 사태가 속출하고, 서울에서도 지하철 1호선 운행이 한때 중단되는 등 호우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두 사람이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민생과 동떨어진 채 당의 진로에만 골몰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양측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다음으로 미뤄진 두 사람의 회동은 상호 실무진들의 조율을 거쳐 내주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어렵게 잡힌 회동이 한 차례 연기됨에 따라, 당내 계파 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회동 성사시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회동을 앞두고 친명계에서는 당이 화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한 반면, 비명계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등 계파에 따라 그 회동의 효과에 대한 온도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다선 의원은 12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재명-이낙연 두 전‧현 대표들의 만남에 많은 당원들과 국민들이 당의 단합과 혁신에 대해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두 분께서 의견을 같이 하지 않겠나 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 두 사람 간 앙금이 쌓여있다고 보는 데 대해서는 “두 분 사이에는 목표가 같기 때문에 신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의 단합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회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표적인 비명계로 꼽히는 한 의원은 “두 사람은 이미 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별로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귀국 후 보름이 좀 지났는데도 이 대표를 만나지 않는데 대해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어 이를 잠재우기 위한 차원이 아닐까 싶다”고 회동 배경을 추측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