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가격보다 환경보호가 우선”
달라진 트렌드에 맞춰 ‘녹색포장’ 봇물
포장인쇄·용기 최소화로 탄소배출 절감
식품업계가 최근 제품 포장에 녹색인쇄라 불리는 ‘플렉소’ 인쇄 방식으로 제조한 친환경 포장재 활용에 나서 주목된다. 이는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경영’이 대세가 됐기 때문. 달라진 분위기를 들여다 봤다. (CNB뉴스=전제형 기자)
‘플렉소’ 인쇄는 유성 잉크를 적용하는 기존 그라비어 인쇄와 달리 친환경 수성잉크를 사용해 기존 대비 잉크 사용량을 30% 이상 줄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약 1600t의 잉크와 유기용제를 절감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기존과 다른 건조 방식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50% 줄여 탄소중립 달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뚜기는 지난해 플렉소 인쇄 설비로 제조한 친환경 포장재를 자사 라면 제품에 적용했다.
SPC삼립 역시 최근 삼립호빵, 미니꿀약과 등 자사 베이커리 및 푸드 주요 제품군 140여 품목에 플렉소 인쇄를 적용해 친환경 경영 확대에 나섰다.
빙그레도 해태아이스와 최근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진행했다. 고려대 축제인 ‘석탑대동제’ 기간에 맞춰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캠퍼스 내에 리코 사가 폐기물 분리를 위해 설치한 ‘제로스테이션’에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면 플렉소 인쇄 방식으로 생산한 친환경 포장재가 적용된 빙그레 ‘더위사냥’과 해태아이스 ‘폴라포’를 증정했다.
농심도 생생우동의 플라스틱 트레이와 비닐 포장을 제거하고, 종이 포장으로의 전환을 마쳤다.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친환경 포장에 공들이는 이유는 상품 구매 시 ‘친환경’에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20~60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품 선택 관련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82%가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93%가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MZ세대 소비자들은 물건의 가격·품질·디자인뿐만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았는지, 동물실험을 했는지 등 친환경과 거리가 먼 제품은 사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은 환경 이슈가 지속되면서 확산했다.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해수면 온도 상승, 이상고온 현상 등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 여기에다 코로나 팬데믹의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파괴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위기 의식을 더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ESG 경영이 곧 경쟁력인 시대가 되면서 탄소중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 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기업들은 이 중에서도 ‘E(환경)’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녹색인쇄 품목 앞다퉈 확장
이러한 흐름에 따라 식품기업들은 꾸준히 친환경 영토를 넓혀 나갈 방침이다.
오뚜기는 식품 포장재 전문 기업인 풍림P&P를 통해 라면류를 중심으로 친환경 포장재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오뚜기 측은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면서 친환경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도 제품 생산과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PC삼립도 연말까지 플렉소 인쇄 적용 품목을 현재보다 50% 이상 늘릴 예정이다. SPC삼립 측은 “올 하반기 중으로 친환경 제품 및 업사이클링 제품 생산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기술도 적극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빙그레는 무라벨 패키지가 적용된 아카페라 심플리, 도라지차 등 재활용 최우수 등급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더불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유통 및 품질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최소한의 포장재 적용을 통해 전 제품의 용기 경량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심 역시 라면과 스낵에 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재질을 단순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고 있다.
(CNB뉴스=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