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엔제이아트(대표 차만태)는 3일부터 24일까지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차만'에서 경달표 작가 개인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프닝 리셉션은 '엔제이아트 2주년 기념식'과 함께 7일 오후 4시에 갤러리차만에서 개최된다.
경달표 작가는 자신의 작가노트를 통해 "(과거) 저의 작품 세계는 연주보다 작곡에 가까운 작업이었습니다. 우주의 질서, 광활한 우주, 공간의 확장, 있음과 없음, 빛과 떠오름, 생명의 탄생과 숨결, 모든 흘러가는 것...무궁무진한 형태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원 또는 점을 사용했습니다. 끝없는 우주와 반복을 표현했습니다...자연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작업을 시도하면서 (이제는) 마치 작곡에서 연주로 넘어가는 것처럼 표현이 다양화됐습니다."라고 작품의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경달표의 작품세계...시기로 나눈 4단계?
경달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면, 4단계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물의 얼룩'에 천착한 초기 시기와 이후 세포의 셀 형태로 진화한 두번째 시기가 그것이다. 이때부터 작가의 작품은 일반 감상자들도 느낄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갖게 됐다.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초기 '물의 얼룩' 시기와 관련해 "물방울은 비정형이다. 그것을 그림으로 옮겨 놓으면 얼룩에 가까워진다. 이 비정형의 얼룩들은 그대로 온갖 형태와 의미에 노출된다. 점과 같은 기하학적 원소, 발아하는 싹을 떠올리게 하고, 과일이나 만개한 꽃을 닮아있다. 심지어는 추상적인 서체나 근작에서는 나비와 같은 곤충마저도. 한마디로 정해진 형태가 따로 없으니, 사실상 가능한 온갖 형태가 다 들어있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의 초기 작품을 보면 비정형적 '물방울의 얼룩'을 볼 수 있고, 같은 의미의 꽃과 나비도 연상될 수 있다. 작가의 초기 작품 철학을 이해하게 되면 왜 그러한 형태나 제목을 갖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다.
물의 얼룩서 세포로 진화한 아이덴티티
세포와 같은 셀로 진화해 현재의 아이덴티티를 갖게 된 것과 관련해, 고충환 평론가는 "작가는 형태들의 형태, 형태 중의 형태, 형태의 근원, 형태의 원형,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원형적 형태에 대한 생각 속에 빠져 있었을 수 있다. 그러다가 몸이 눈에 들어오고 세포가 눈에 밟혔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건 세포이면서, 동시에 세포가 아니다. 현실은 항상 그림을 시작하게 만들어주는 계기로서 작용할 뿐, 그림이 작동하는 원리는 다르다. 현실의 논리와 그림의 논리는 다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미 세포로 진화한 상태에서는 이 또한 물의 비정형성처럼 다음 단계로 또 다른 진화를 준비하고 있는 미완성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주에 시간이 포함된 비정형성
작곡에서 연주로 변한 2023년 작품
이후 경달표 작가의 세번째 작품 세계는 우주로 향한다. 물방울이 세포가 됐다가 우주로 변화한 것이다. 이 변화에 대해 고충환 평론가는 "작가는 알을 그리고, 세포를 그리고, 핵을 그리고, 에너지를 그리고, 에너지의 운동성을 그리고 있었다. 생명을 그리고, 우주를 그리고, 존재를 그리고 있었다. 질 들뢰즈를 따르자면 00라고 특정할 수는 없는 대상, 00같은 대상, 다만 00처럼 보일 뿐인 대상, 00인 척하는 대상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모더니즘패러다임의 환원주의 준칙을 재확인하기라도 하는 것 같은 우연한 형태를 그려놓고 있었다."라고 썼다.
초기 작품에서부터 우주를 표현한 시기까지 순간의 비정형성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 시기 이후로 작품은 정지된 비정형이 아닌, 시간이 포함된 비정형적 우주와 물방울과 셀이 공존하는, 움직이는 작품으로 다양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네번째 변화다.
초기 작품부터 네번째 변화까지 경달표 작가의 작품은 일관성있게 수십년간 진화해 왔다. 지금까지 진화해 온 모든 형태가 융합되면서 시간의 개념까지 포함된 '2023년 작품'을 경달표 작가의 '완성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개인전이 경달표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에서 완성으로 향하는, 그래서 더 중요한 획을 긋는 전시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경달표 작가는 누구?
한편 1957년 서울에서 출생한 경달표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제3갤러리 4인전, 86년 관훈미술관 79인 서울전, 87년 관훈미술관 '오늘의 작가전' 등을 시작으로 수많은 초대전과 그룹전을 진행했다. 경 작가의 작품은 금호미술관, 성곡미술관, 대명콘도, LG그룹 오산연수원, 무림제지, 보람은행, 독일 샤트데코 한국지사, SCHATTDECOR, ASEM2000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서서울컨트리클럽 등에 다수 소장돼 있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