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아트테크
‘증권형 토큰시장’ 개막하면 본격화 될듯
증권사들, 미래먹거리로 정해 준비 박차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불확실성이란 이름 아래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만반의 대비입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내예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주>
최근들어 증권사들의 ‘아트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아트테크(Art-Tech)는 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으로, 미술 등 예술 작품에 투자한 후 가격이 오르면 매매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최근에는 여러 사람이 고가인 예술 작품을 공동으로 투자하는 ‘조각투자’도 늘고 있다. 고액 자산가만 아니라, 개미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있는 것.
미래에셋증권은 WM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알랭 클레멘트(프랑스), 미겔 앙헬 이글레시아스 페르난데즈(스페인) 등 해외 유명 작가의 초대전이 한창이다. 경희대 경영대학원 김손비야 겸임교수가 전시 기획을 맡았다. 사전 예약을 하면 아트테크 정보를 얻고, 작가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세미나에도 참여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누아주 기법을 선보이는 신성희 작가의 개인전을 가졌고, 3월에는 동양의 붓글씨를 보여주는 이승우 서예가를 초대했다. 4월에는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등 하이엔드 보석 플랫폼인 팍스컨설팅과 함께 카달리나 신의 쥬얼리 작품을 전시하는 등 매달 다른 주제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디지털 전환도 지원한다.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기업인 엠알오커머스와 함께 전시 작품을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형태의 이미지로 전환하고, 이를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PTV) 서비스인 Btv의 디지털홈갤러리, NFT 거래소에서 유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하나증권은 미술 작품을 미래 투자자산으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의 관계사 프린트베이커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프린트베이커리와 미술 작품 NFT를 발행하고,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탈중앙화된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사용하는 증권형 토큰(STO·Security Token Offering) 시장이 시작되면, 이 플랫폼에서도 조각투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도 열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하나금융그룹의 복합문화공간 겸 개방형 수장고인 하트원(H.art1)에서 ‘메타하나(META1) 프로젝트’ 전시회를 열었다. 도도새 이미지로 유명한 김선우 작가, PFP(개인 프로필 그림)로 알려진 다다즈 작가의 실물, NFT 작품을 함께 전시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이벤트로 작가의 한정판 NFT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KB증권은 STO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STO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ST 오너스’라는 이름의 협의체를 구성했는데, 이 안에 미술품 조각투자 회사인 서울옥션블루가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가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비전으로 미술 작품과 웹툰, 영화 콘텐츠 등도 STO로 거래할 수 있게 준비한다는 플랜이다.
오프라인 세미나도 열었다. 지난해 서울옥션과 손잡고 ‘아트 앤 인베스트먼트’ 세미나를 개최했다. KB증권 김일혁 자산배분전략부 팀장, 서울옥션 김현희 수석경매사가 나서서 강연을 진행했고, 서울옥션 경매장을 직접 둘러보는 투어도 가졌다.
NH투자증권도 아트테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미술품 종합 플랫폼인 투게더아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 회사의 투자계약증권 신고서 작성, 투자자 계좌 연동 등을 맡았다. 또 STO 플랫폼을 조성하기 위해 비전그룹이라는 이름의 협의체를 만들었는데, 이 협의체에 투게더아트도 참여했다. 조만간 STO 시장이 정식으로 출범하면 아트 조각 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미술품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트테크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 시장의 거래 규모는 1조 377억원으로 전년보다 37.2%나 증가했다.
게다가 금융위원회가 올해 상반기 내에 STO 사업과 관련해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내년 안에 STO 시장이 닻을 올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증권(실물·전자)뿐만 아니라 자산(부동산·미술품·음악 저작권 등)도 디지털화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아트 조각 투자가 이전보다 활성화될 기반이 마련되는 것.
MZ세대를 중심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갤러리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해 미술품 조각 투자를 하는 일이 이전보다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증권사의 아트테크도 지속적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VIP 고객들은 다양한 투자자산에 관심이 높아 아트 실물, NFT 전시회, 세미나 등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며 “STO 사업이 새롭게 시작될 전망이라 이와 관련해 미술 조각 투자에 대한 준비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