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의 호반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아트스페이스 호화가 아트놈, 이윤성, 이은, 미구엘 앙헬 퓨네즈로 구성된 네오팝아트 전시 ‘Goblin Mode(고블린 모드)’를 선보인다.
호반문화재단은 만화적 캐릭터를 화폭에 등장시키는 네오팝 아티스트 4인의 작품을 소개한다고 18일 밝혔다. 오는 5월 19일부터 6월 18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전시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상반된 개념이 뒤섞인 채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모습으로 변신되어 있고, 그 이미지들은 현실을 반영함과 동시에 벗어나며 우리의 인식 체계를 교란한다.
이번 전시는 얇고 화려한 시각적 스펙터클로 혼종(hybrid)의 메시지를 전하는 네 작가의 작업을 살펴본다.
아트놈은 이질적인 코드를 혼합한 캐릭터 회화로 자신의 삶과 신념을 담아낸다. 사랑스러운 캐릭터, 현대 자본주의의 도상들로 재해석된 경쾌한 고전 명화는 권위주의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작가 정신의 현현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성은 성경이나 그리스 신화 등 서구의 오랜 텍스트를 일본 만화의 화풍으로 표현한 회화 및 조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메두사와 다나에 등 서양미술사의 상징들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기반하는 ‘모에 의인화’를 거쳐 전형성을 탈피한 제3의 캐릭터로 화면을 전유한다.
이은은 GIF(움직이는 짤)의 움직임에서의 운동성을 포착해 회화 매체로 변환한다. 디지털 공간 속에서 영원히 움직일 수밖에 없던 추억의 디즈니 캐릭터들을 화면 위에 물질화하며 가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힌다.
미구엘 앙헬 푸네즈는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캔버스 위에 패턴화한다. 온전치 못한 형태로 결합되어 무한 증식하는 이미지들은 쉽게 변형되고 복제되는 디지털 기술 시대를 상징한다. 전시의 작가들은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 디지털과 아날로그, 반복과 차이 등 이종결합을 거친 캐릭터로 지금 이 시대를 뚫고 지나간다고 전했다.
아트스페이스 호화 관계자는 전시명 ‘고블린 모드’는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며 뻔뻔하고 자유분방하게 구는 태도를 뜻하는 신조어라며, 코로나 규제 완화 이후 일상 회귀를 원하지 않는 별종들을 일컫는 데서 비롯된 이 단어는 현재는 정의가 확장되어 전복적인 사고를 통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는 시대정신으로 읽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층위가 혼재된 이번 전시의 이미지들은 기존 예술의 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익숙한 가치판단을 유보하게 만든다며, 이번 전시는 캐릭터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이미지를 통해 그것이 현시대와 어떻게 조응하고 또 다른 미적 가능성을 제시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