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이면 국민의힘 김기현호가 출범한 지 한달이 된다. 그동안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실언과 일부 국힘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일탈로 김기현 당 대표는 위기에 직면했다.
먼저 지난 3‧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해 ‘수석 최고위원’으로 불리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최근 수차례의 실언 끝에 지난 4일부터 한달 동안 자숙에 들어갔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3월 극우론자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데 이어, 이후 미국 강연에서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김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5.18정신을 헌법에 수록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주장하며 외연확장 기조를 밝힌 김기현 대표의 방침에 배치되는 것으로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전’자도 꺼내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지난 4일 윤 대통령의 4·3 추념식 불참을 비판하는 야권에 대해 반박하면서 “4·3은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는 발언으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이 됐다.
여기에다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 최고위원은 “4.3 사건은 명백히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주장해 4.3 희생자 유족회 등 제주 도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또한 조수진 최고위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안으로 민심과 동떨어진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제안해 비판을 자초했다.
여기에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진태 강원지사와 김영환 충남지사 등 광역단체장들도 최근 산불 진화 과정에서 잇단 구설에 올라 논란에 ‘동참’했다.
김 강원지사는 최근 강원도 홍천지역에 난 산불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는 와중에 춘천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민들의 비판을 샀다.
김 충북지사도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산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충주 시내 주점에서 열린 민간단체와의 ‘술자리’ 간담회에 참석해 논란을 빚었다.
이렇듯 당 최고위원 및 광역단체장들의 실언이 잇따르자, 소위 ‘친윤’(친윤석열) 지도부가 지지층만 바라보다가 민심과 괴리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7일 CNB뉴스에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또다시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도 통화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기현 대표가 악역을 자처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가망이 없다”면서 “당 지도부가 단호하게 조치를 취하고 문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