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홍준표 간 설전에 당 대표까지 가세
총선 앞두고 당 내홍 확산돼 나락의 늪으로
의원들, 캐스팅보트 쥔 전광훈에 말은 못하고
국민의힘이 홍준표 대구시장과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간 설전에 김기현 대표까지 휩쓸리며 당 내홍이 확산되고 있다.
김 대표는 3일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벌어진 홍 시장과 전 목사간의 설전을 두고 “별로 바람직하지도 않고 앞으로 계속되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공천권을 가지고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지만,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 일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홍 시장을 비난했다.
이에 홍 시장은 곧바로 자신의 SNS를 통해 김 대표를 향해 “전 목사에게 무슨 발목이 잡힌 당도 아닌데 저렇게 방약무인 하게 욕설을 쏟아내도 그(전광훈)에게는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오히려 니(홍준표)는 지방일만 잘하라고 나를 질타했다?”라며 “참 어이없는 당 대표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나는 그냥 대구시장이 아니라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내고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유일한 현역 당 상임 고문”이라며 “중앙정치에 관여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 참 어이없는 당 대표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전 목사는 다시 홍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갔다.
전 목사는 “홍 시장이 당 대표 시절이던 때를 돌이켜보면 당을 장악하지 못해 특별히 업적이라고 칭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일이 없고,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것은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된 후 정당으로 돌아와 당에 부담을 줬다는 것밖에 없다”면서 “요즘 하는 일이라고는 내부 총질에만 몰두하니 왜 돌아왔나 싶을 정도다. 정작 싸울 대상인 민주당과의 투쟁에 집중하라”고 직격했다.
이 같은 당 내홍의 시작은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에서부터 비롯됐다.
지난달 김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했다”고 말하자, 홍 시장이 김기현 대표에게 "김 최고위원을 징계하라"고 압박하면서 이번 사태가 시작됐다.
홍 시장은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이 총선에 아무런 도움 안 된다. 그냥 제명해라”고 징계를 요구하자, 김 대표가 “앞으론 그런 언행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자 홍 시장은 “당 대표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한 자세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당 운영을 하게 되면 당은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본격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 목사가 한 유튜브 방송에서 ‘홍준표 이 XX, 저 XX’ 하면서 “대구시민 여러분, 홍준표 저거 탄핵하세요” “최고위원이고 개뿔이고 다 필요 없다. 저놈들은 내년 4월 10일 선거(총선)에서 공천해 주지 마” 등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이에 홍 시장도 “정당이 일개 목회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목회자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우리 당을 떠나서 그 교회로 가라”고 맞섰다.
이처럼 '김재원의 입'에서 이번 사태가 비롯된 것이다.
당 내홍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국힘 지도부는 전 목사를 자제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 목사가 내년 총선 공천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4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전 목사가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움직인 표수가 약 5%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소위 ‘윤핵관’이 아닌데도 최다득표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것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국민의힘 수도권 한 중진 의원도 “지역위원장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전당대회 직전에 추천인란에 ‘전광훈’이라고 적힌 입당 원서가 하루에 100~200장씩 들어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3만~5만명 정도의 당원이 전 목사의 영향권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이는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전체 투표인수 46만1313명의 5~10%로, 당락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 수준”이라고 밝혔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