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제휴사 콜라보 상품 지속 증가
서비스뿐 아니라 카드 디자인까지 협업
가맹점 수수료 줄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카드사들이 금융, 유통, 콘텐츠 기업의 이름을 담은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늘리고 있다. 이를 통해 카드사들은 여타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을 강화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CNB뉴스가 그 현황을 들여다봤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카드사들이 다른 기업과 손잡고 선보이는 카드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Private Label Credit Card)’라고 부르는데, 카드사가 금융, 유통, 콘텐츠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과 협력해 만든 결과물이다. PLCC는 제휴 기업 한 곳에만 집중하는 콜라보 카드로, 카드사와 해당 기업의 사명이 디자인에 함께 담긴다. 어떤 혜택을 제공할지 함께 기획하고, 마케팅 비용과 수익도 두 기업이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런 PLCC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유의동 의원(국민의힘)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PLCC는 지난해 7월 110종(621만 장)으로 2021년 8월 58종(435만 장)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도 PLCC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
롯데카드는 최근 NH투자증권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인 나무증권과 협력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힘을 모은 ‘나무 롯데카드’는 사용 금액의 최대 1%를 ‘나무 캐시백’으로 한도 없이 적립해 준다. 이 캐시백은 나무증권 계좌로 매월 입금되는데, 주식 등 투자에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롯데카드는 교보문고(교보생명 계열사), 롯데백화점,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등과 협력한 콜라보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해당 기업 브랜드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들이다.
신한카드는 싱가포르항공과 함께 PLCC를 개발하고 있으며, 공동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이 PLCC에는 이 항공사의 로열티 프로그램인 크리스플라이어 멤버십, 사용 금액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혜택이 포함될 예정이다.
또한 신한카드는 지난달에 영유아 식품 기업인 베베쿡과 협업한 카드를 내놓았다. 베베쿡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경우 10% 할인해주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다이소, 아모레퍼시픽, 투썸플레이스, 홈플러스, LG헬로비전 등과 제휴한 PLCC도 제공하고 있다.
현대카드도 적극적이다. 현대카드는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맞춤형 상품을 선보였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직접 만나 협약식을 진행했고, 카드를 이용해 스탁마일리지를 적립하면 이를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독특한 혜택을 담았다.
그동안 현대카드는 꾸준히 다른 기업과 콜라보 상품을 확대해왔다. 가장 많이 발급된 PLCC 상위 10개 중 9개가 현대카드의 콜라보 상품이다. 현대카드는 같은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차, 기아뿐만 아니라 넥슨, 대한항공, 배달의민족, 스타벅스, 이마트, GS칼텍스 등과도 함께하고 있다. 카드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폭넓게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헬스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KB국민카드는 푸드나무에서 운영하는 닭가슴살 플랫폼 랭킹닭컴의 PLCC를 선보였다. 헬스와 다이어트, 건강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상품으로, 랭킹닭컴을 이용할 때 20% 할인해주는 혜택 등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는 레저 문화 부문에서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다. 패션 기업 LF의 온라인 쇼핑몰인 LF몰, 리조트와 호텔, 교육 등의 사업을 하는 레고랜드와 협업한 카드도 선보였다. SPC그룹의 IT 서비스·마케팅 계열사인 섹터나인의 해피포인트(파리바게트·던킨도너츠 등을 이용하면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멤버십 서비스) 특화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증권·유통·콘텐츠…분야 광범위
이처럼 카드사들이 다른 기업과의 콜라보에 집중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그간 카드업계 가맹점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카드사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지난해 1월말부터 연 매출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가맹점은 카드 수수료가 1.4%에서 1.25%, 1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이하는 1.6%에서 1.5%로 축소됐다.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는 1.3%에서 1.1%, 3억원 이하는 0.8%에서 0.5%로 작아졌다.
금융당국은 3년마다 한 번씩 카드사의 수수료를 결정한다. 금융위원회가 한국금융연구원에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정책연구 용역을 맡겼고, 오는 2025년에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앞으로도 카드사의 콜라보 상품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콜라보 카드를 선보이면, 제휴하는 기업을 자주 이용하는 충성 고객을 흡수할 수 있다. 고객에게 독특하고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기에도 용이하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PLCC가 증가하면서 약속한 혜택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사례도 일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PLCC는 상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금융, 유통, 콘텐츠 등 제휴사와 함께 어떤 혜택을 제공하고 어떤 디자인을 보여줄지 연구해 만들어진다”며 “고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혜택과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