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03.28 10:09:28
“마음 다치신 분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축복받은 것 같다. 태어나서 죄송하다”
전두환 일가의 비리를 폭로한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27)씨가 2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을 출발해 28일 오전 6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전씨는 입국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할 기회를 주셔서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마약혐의)수사를 받고 나와 5·18 단체와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전씨는 ‘사과를 결심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죄인이니까”라고 대답하면서 “제 삶이 소중한 만큼 모든 사람의 삶이 소중하고, 저는 살아있지만 그분들(전두환 정권에 의한 희생자들)은 여기 안계시니까 제게 죄가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뉴욕에 체류하던 지난 13일부터 SNS와 유튜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하고 본인과 지인들이 마약사범이라고 밝히면서, 지난 26일에는 SNS을 통해 항공편 예매 내역을 올리고 “(한국에)도착한 이후 바로 광주로 가서 5·18 기념 문화센터에 들러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과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전씨는 ‘각종 폭로와 귀국에 대한 가족 반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저를 미치광이로 몰거나, 아니면 진심으로 아끼거나,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하거나 아예 연락이 없거나 갖가지”라고 말하면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 미국에서 마약을 사용한 병원 기록도 있으니 확인해보면 된다”며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전씨의 신병을 확보해 서울청 마포청사로 압송해 마약 검사를 진행 중이다.
전씨는 지난 17일 오전에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이게 MDMA라는 약입니다. 엑스터시예요. 이건 DMT라는 겁니다. 이것도 할 거예요”라고 말한 뒤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물들을 투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MDMA(메틸렌 디옥시메탐페타민)는 일명 엑스터시로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DMT(디메틸트립타민) 역시 환각을 유발하는 마약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전씨는 “이거 해도 안 죽어요. 근데 검사했을 때 나와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다 할 거예요. 제가 이렇게 방송에서 마약을 먹어야지 검사를 받고 형을 살 것 아닙니까.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거하고. 벌받아야 되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5‧18 관련 단체들은 “저의 잘못을 더 깊게 배우고 사죄드리고 반성하고 회개하고 싶다. 피해자분들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다. 도와주실 수 있으면 정말 감사드리겠다”라는 내용의 전씨로부터 온 메시지를 받고 “도움을 주겠다”고 화답했다.
5·18재단과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반성과 사죄를 위해 광주로 온다면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답변했으며, 특히 5·18 부상자회‧공로자회는 공지 사항을 통해 “우원씨가 방문하면 따뜻하게 맞아줄 것”이라며 “협의가 되면 5·18 민주묘지 참배, 추모승화공간 방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