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전히 아파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고,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리스크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고,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 이후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후 변호인 접견도 허용되지 않는 혼란 상태이다.
신냉전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요즘에 도덕재무장(MRA) 운동에 대해 생각해봤다. 어렸을 때 우리나라 이승만 정부 청와대 공보실장을 지내고, 목사, 언론인, 건설인, 교육자, 작가 등으로 활동한 전성천 박사님과 친하게 지냈다. 일본 아오야마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와 프린스턴대에서 철학과 신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분이다. 당시 프린스턴대 교수였던 철학자 리차드 니버 박사에게 직접 장학금을 받고, 상대성이론을 만든 물리학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 박사도 만나셨다고 한다.
내가 경기도 성남 고등동에 있는 왕남초등학교라는 작은 학교에서 도덕재무장 상을 받았을 때, 전성천 박사님이 자택에서 이 상은 영국 옥스퍼드대 교목으로 활동했던 미국 루터파 목사 프랭크 북맨이 시작한 모럴 리아어먼트(Moral Re-Armament) 운동의 약자라고 알려주셨다. 정식 명칭은 모럴 스피러철 리아머먼트 무브먼트(Moral Spiritual Re-Armament Movement)이고, 나중에 이니셔티브스 오브 체인지(Initiatives of Change)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 세계도덕재무장 한국본부가 운영되고 있다.
세계 도덕재무장 운동은 1922년에 시작되었고, 영국 옥스퍼드대학 그룹의 지지를 받는 것이라고 전성천 박사님이 하얀색 종이에 써서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주셨다. 그리고 이 운동에 대해 설명한 영어책 한 페이지도 복사해주셨는데, 지금도 자필 싸인 책 세 권과 함께 보관하고 있다. ‘낙동강 소금배’ ‘십자가 그늘에서’ ‘한국영남교회사’이다.
글로벌 리스크와 불안, 전쟁, 군사적 대결, 정치적 차이에 따른 이념적 대립이 극화되는 시기에 세계 도덕재무장 운동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누구로부터 누구를 지키는 것일까. 지구촌이라는 단어 아래에서 우리는 누구와 싸우고 있는 것일까. 물론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라는 윤리적 명제에 따른 숙제들이 있을 것이다.
지구라는 태양계의 작은 행성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이런 대립이 우주라는 넓은 관점에서는 지엽적이지 않을까. 우리는 지구를 파괴하고 반복과 대립, 분열로 태양이 폭발해 지구가 소멸하기 전에 스스로 우리가 설 자리를 줄이고 있는 우리의 어리석음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
대안적 미래를 모색하며 공존과 화합, 융합의 길을 손을 잡고 웃으면서 걸어가는 길에 세계 도덕재무장이라는 하나의 명제가 동양의 생명 사상처럼 유의미해 보인다. 정직, 순결, 사랑, 생명 존중의 가치가 우리의 목적지이어야 하지 않을까.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계층과 직종, 남녀노소, 종교와 언어, 민족의 상이함을 극복하고 평화가 실행되기를 희망한다. 과거의 갈등에서 벗어나 모두 당당하게 협력하며 살아가는 길을 걸어가기를 소망한다. 경제 협력이 싹을 틔워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이 동시에 진행되는 길을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평화의 경제학이 그 반대편보다 더 많은 사람과 기업, 국가에게 이득이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군수 경쟁보다 도덕성, 문화, 경제에 있어서 착한 경쟁을 하는 게 더 이득이지 않을까.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