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3.02.27 09:39:33
"구청사를 부수려면 이유가 명확해야 하잖아요. 고작 차량 30대 주차하려고 건물을 철거하다니, 이런 경우가 어딨어요?"(통진읍 상인 A씨)
"20일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미리 알리지도 않아 사람들이 우왕좌왕, 많은 사람들이 우리 가게로 들어와 통진읍이 어디로 이전했는지 물었어요. 23일 쯤인가 현수막을 뒤늦게 걸었다니까요."(통진읍 음식점주 B씨)
지난 25일 CNB뉴스가 통진읍 구청사 앞에서 만난 주민들은 "김포시가 지금까지 구청사 활용에 대한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더니, 정작 주민들 의견은 듣지 않고 이제 와서 부랴부랴 내놓은 것이 주먹구구식 졸속 활용 계획"이라며 분노했다.
22일 월례회의서 활용 계획 처음 밝혀
김포시(시장 김병수)는 통진읍 신청사 공사를 지난 2019년 6월 착공해, 2년 6개월 만인 지난 2022년 말 준공했다. 이후 지난 2월 20일 공무원들은 구청사를 비우고 모두 신청사로 이전했다.
따라서 다급해진 문제는 남아있는 구청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지, 즉 구청사 활용 문제와 텅빈 구청사 인근 상인들의 매출 감소와 재산권 피해 등 인근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선8기 김병수 집행부는 그동안 구청사 활용 및 인근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지도, 그 내용을 시민들과 소통해 의견을 듣지도 않았다. 청사 이전은 21일 김포시 보도자료를 기사화한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고, 지난 22일이 돼서야 김포시의회와 집행부 간 진행된 월례회의에서 '통진읍 구청사 활용 계획'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시의회에 알려졌다. 시민들이 이 내용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김포시의 '통진읍 구청사' 활용 계획 내용을 보면?
김포시는 22일 시의원들에게 통진읍 지하1층 지상 3층의 구청사(가동)를 철거해 인근 주민들의 민원 사항이었던 주차장으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동 건물이 40년 된 낡은 건물이어서 철거해야 한다는 이유도 포함시켰다.
가동 청사 뒤 창고 등으로 사용하고 있던 2층 건물(나동)은 비교적 오래된 건물이 아니어서 여성가족과의 '(가칭) 김포시 상호문화교류센터' 즉 '김포시외국인지원센터 분소'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결정된 이유나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회계과장은 행정국장 주재로 관계 부서장 및 팀장 등과 청사 활용 수요부서 회의를 진행해 활용에 대한 신청을 받았지만, 결국 여성가족과가 제시한 상호문화교류센터 즉 외국인지원센터 분소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러 안들이 도출됐지만 이렇게 결정됐다는 것.
김병수 시장은 지난해 말 전다협(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하고, 최근인 지난 21일엔 국회에서 '다문화 이주민 정책 포럼'을 개최하는 등 대외적인 행보를 늘리고 있어, 이번 나동 건물 활용 계획이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상호문화교류"라는 단어도 김병수 시장이 이 포럼에서 처음 사용했다. 문제는 이 결정에도 주민들의 의견은 없었다는 것이다.
첫째 문제 "주민과 소통하지 않은 것"
유매희 의원 "지금이라도 공식적 소통해야"
첫째 문제는 이 계획안이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결정한 활용 계획이라는 것이다. 시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통진읍 이장단협의회' 등 소수의 의견만 청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2일 월례회의 이후 이 문제에 대해 유매희 의원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김포시의회 유매희 의원은 "월례회의에서 김포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해서, 주민의견 수렴 방식에 대해 질의했더니 '이장단협의회 정례회에서 소수와 사적으로 대화한 것'일 뿐, 공식적인 인근 주민 토론회나 주민간담회는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유매희 의원은 통통(通統)행정이라며 "소통을 그렇게 강조하는 김포시 집행부가 통진읍 구청사 인근 주민들과도 소통 없이 구청사 활용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지금이라도 주민들과 공식적으로 간담회 등을 진행해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집행부가 추경시기를 늦은 7월로 결정한 상태여서, 구청사 활용 계획이 최종 확정된다 해도 추경으로 예산이 세워지고 공사와 리모델링 등이 진행되려면 올해는 텅빈 상태로 구청사를 방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사무실이 없어서 공무원들이 임대료를 내고 외부 사무실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1년 가까이 청사 건물을 텅빈 채로 방치한다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쩨 문제 "활용 계획은 졸속...전문가 의견 들어야"
CNB뉴스가 직접 통진읍 구청사와 그 인근을 둘러보니, 청사 건물 만큼이나 오래된 상업지역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언덕 위 구청사에는 큰 돌에 청사 준공을 축하하는 글이 새겨져 있었는데, 날짜가 1984년 12월 1일이다. 38년이 넘은 건물이다.
인근 상인 A씨는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얘기죠. 청사 철거하고 주차장 만들어 차량 30대 정도 추가로 주차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건...막말로 약 40년 된 청사 건물이 낡아서 철거해야 한다면, 이 주변 건물 다 철거해야 합니다."라고 언급했다. 계획이 졸속이라는 얘기다.
또한 음식점주 B씨는 이곳에 주차장이 필요하다는 민원은 15년 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장사가 잘돼서 차들이 주차할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 무슨 이유인지 주택가도 아닌 이곳에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고 주차 단속이 심해졌다. 결국 주차할 곳이 없어진 손님들은 점점 신도시로 떠나버렸다.
15년만에 주차 문제 해결이라고 내놓은 방안이 그동안 단골이었던 공무원들이 모두 떠난 구청사 건물을 철거하고, 그곳에 몇십 대 차량을 주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전부다. 주변 상인들은 이 방안을 어떻게 생각할까?
상인 A씨는 "지금이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관에 밀착한 소수의 의견만 듣고 있다. 구청사 인근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매출 감소 등 생계에 미치는 영향, 또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료 하락 등 재산권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여기 사람들 의견은 듣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도 김포시의 불통행정에 불만이 가득하다.
김포시는 왜 통진읍 청사가 이전할 때까지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것일까? 사전에 용역을 통해 전문가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CNB뉴스는 통진읍 구청사 활용과 관련된 인근 지역의 여러 문제점들과 대안들에 대해 취재 보도할 계획이다.
(CNB뉴스= 경기 김포/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