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라고?”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하는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를 찾은 30대 회사원 김모씨의 반응이다. 그는 “슬램덩크가 인기가 요즘 한참 인기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몰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슬램덩크가 인기다. 만화영화의 흥행으로 팝업스토어까지 생겨났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6일부터 더현대 서울에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를 오픈, 한정판 피규어와 유니폼 등 200여 종의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팝업스토어도 인기다. 개장 첫날에는 팝업스토어 앞에 팬, 리셀러 등 1000여 명의 대기행렬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실감할 수 있었다. 평일 저녁 6시를 갓 넘긴 시간에도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어림잡아 약 50m 남짓한 대기줄이 펼쳐졌다.
오랜만에 추억소환을 해본다. 기자도 어렸을 때 슬램덩크에 푹 빠져 있었다. 주인공 강백호를 필두로 채치수, 정대만, 송태섭, 서태웅 등 북산고교 농구부의 이야기가 남자의 마음을 울렸다. 참고로 기자는 정대만의 팬이다.
당연히 이번 만화영화도 봤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만화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각본과 연출을 맡아 원작의 묘미를 살린 영화다. TV판 애니메이션에서 다루지 못한 산왕공고와의 인터하이 32강전을 영상화했으며, 큰 틀에서 원작과 같으면서도 세부적으로는 다른 연출과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이번 만화영화에서는 원작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북산고교 포인트 가드 송태섭이 주인공이다. 그의 과거사를 큰 뼈대 삼아 다른 팀원들의 과거까지 회상으로 소개하는 연출 방식을 사용했다. 반응은 대단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1월 4일 개봉과 동시에 일일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일 개봉 29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을 주도한 이들은 30~40대 관객이다. 어릴 적 원작을 보고 읽었던 이들이 흥행을 이끈 것이다. 실제 CGV에 따르면, 1월 4~29일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본 관객 가운데 30~40대의 비중은 전체의 79% 달했다. 관객 10명 중 8명은 30~40대였다는 얘기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가 유통업계로 번졌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시대를 맞아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던 업계가 오랜만에 미소를 짓고 있다.
강백호가 선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부상에도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지금입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유통업계도 최고의 순간까지는 아니겠지만, 기분 좋은 시간 정도는 보내는 듯하다. 일단 앞서 언급한 더현대 서울도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매인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커머스에서는 농구화, 농구복, 농구가방 등 농구용품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SSG닷컴은 영화 개봉 일주일 후인 1월 11~18일까지의 농구용품 판매액이 전년 대비 26% 늘었다. G마켓·옥션에서는 같은 기간 농구화 판매가 488% 급증한 데 더해 농구복(350%), 농구용품(92%), 농구가방(32%) 매출도 증가했고, 11번가에서도 1월 4~24일 동안 농구복(148%), 농구가방(14%) 판매액이 전년 대비 늘었다.
슬램덩크의 인기는 편의점으로도 번졌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롯데칠성음료와 함께 ‘슬램덩크 와인’을 내놓았다. 슬램덩크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지역에서 병입한 와인으로 주황색 농구코트에 농구공 7개를 연상케 하는 원형을 배치, 농구 골대에 슬램덩크를 성공시키는 순간을 떠올리게끔 라벨이 디자인됐다.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그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던 유통업계가 슬램덩크 관련 이벤트를 다채롭게 열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유통업계도 슬램덩크를 기억하는 이들도, 새롭게 빠져든 이들도 다 같이 즐거움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기자도 오랜만에 어릴 적 기억을 뒤적거려 본다.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