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01.26 10:14:32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4선 의원 경력에다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 원내대표를 지낸 경험과 당내 견고한 지지층을 내세워 집권 여당 사령탑 자리를 노렸으나 결국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밀려 포기했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보수층 내 지지기반으로 당내에서 여성 정치인으로는 비교적 드문 ‘스타 중진’인 나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총선, 2021년 4·7 서울시장 보선 후보 경선, 그리고 6·11 전당대회 등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음에도 주요 선거마다 ‘키 플레이어’로 소환됐던 이력이 작용해 지난 연말부터 당 대표 출마설이 거론됐으나 결국 25일 당권 도전장을 내려놓았다.
나 전 의원은 최근까지만 해도 각종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당심’ 1위를 차지해 한 달 넘게 당 대표 출마를 고민해왔으나, '윤심'이 김기현 후보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류 친윤계로부터 거센 불출마 압박을 받았다.
특히 나 전 의원은 저출산위 부위원장 재임 중 기자간담회에서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를 냈다가 이를 대통령실 참모가 비판하면서 본의 아니게 '윤심'을 거스른 모양새가 됐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지만, 윤 대통령은 ‘해촉’하는 대신 ‘해임’하는 강공수를 뒀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의 본의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반박해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당내에서는 '윤심이 나경원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말이 파다했다.
여기에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잇달아 김기현·안철수 의원에게 뒤지는 등 흐름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결국 불출마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윤심에 가로막힌 나 전 의원의 향후 정치적 행로를 두고서는 전망이 분분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앞으로 4년 넘게 더 권력을 쥘 용산과의 관계 설정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26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나경원 전 의원과 대통령실 간의 간극이 벌어졌지만, 나 전 의원이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당의 화합’ ‘총선 승리’를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한 점은 여권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한 중진 의원도 “나 전 의원이 불출마 결정을 설명하면서 ‘용감하게 내려놓았다’고 강조한 것은 여러 시선을 의식한 걸로 보인다”며 ”나 전 의원이 앞으로 전당대회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일정 수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나 전 의원은 이런 주장에 대해 ”전당대회에서 내가 역할 할 공간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3‧8 전당대회가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면서 나 전 의원 표심을 흡수하기 위한 쟁탈전이 가열될 전망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