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한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의 공격 수위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 직속 저출산위 부위원장이었음에도 대통령실과 상의없이 독자정책 행보를 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집단적으로 날선 반응을 보이는 점은 의아하다는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나 전 의원의 3·8 전당대회 출마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해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과 자신을 폭격하고 있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분리하는 전략으로 ‘윤심’에 호소했다.
그러나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다음날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동안의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나 전 의원)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직격해 사실상 윤심이 나 전 의원을 내친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여기에다 자신을 맹비난하는 초선의원 연명자가 50명 이상으로 늘고 있으며, 더구나 재선 그룹에서도 집단행동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해 김태흠 충남지사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까지 가세하는 등 나 전 의원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전방위로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대전시당 신년인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 대해서 큰 결례를 범한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친윤계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은 “대통령이 해외순방 하며 많은 경제·외교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당내에서 여러 논란으로 그 성과가 가려지는 것이 온당하지 못하다”고 직격했다.
그리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7일 “뜬구름 같은 여론조사 하나만 믿고 덤비다가 큰 낭패를 보는 수가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장관 후보) 검증 과정에서 건물 투기 문제가 나왔다는데, 사실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그것부터 해명하는 게 우선순위가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날 김태흠 충남지사도 SNS에서 “(나 전 의원이) 장관급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은 지 두세 달 만에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당대표로 출마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손에 든 떡보다 맛있는 떡이 보인다고 내팽개치는 사람”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여기에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50여명도 나 전 의원을 향해 “당과 대통령을 분열시키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마라”는 취지의 성명을 낸 데 이어, 일부 재선 의원들까지 나 전 의원에 대한 비판 성명을 냈다.
이와 관련 나 전 의원 측은 “다양한 형태로 갈등을 진화하고자 고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출마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은 민간인 신분”이라며 “애초 다른 국민의힘 의원이 맡기로 했다가 대통령실 수석이 제안해 맡게 됐다”는 등 내용을 7개 질의응답 항목으로 정리해 공개하는 등 자신이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공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나 전 의원은 잠행 속에서도 일부 원내 인사들과 연락하며 향후 행보를 상의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사실상 출마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