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정만기 부회장 주재로 ‘제3차 수출 애로 타개 및 확대를 위한 업종별(원전‧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5일(자동차‧자동차부품‧이차전지), 10일(조선‧철강)에 이어 12일 개최된 이번 회의는 원전‧플랜트‧엔지니어링의 수출 확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한국산업연합포럼 등 업종별 협단체와 원전‧플랜트‧엔지니어링 수출 기업, 산업통상자원부 소관과 담당자 20여명이 참석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 우리 수출은 위축이 예상되지만 세계 플랜트 시장은 작년 2조 1000억 달러에서 올해 2조 2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인 점을 감안할 경우 플랜트 수출 노력을 강화함으로써 수출 부진을 만회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아세안 시장 및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에너지·인프라 시장에 대한 선점 전략과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관련 수요에 대비해가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만기 부회장은 “현재 세계 플랜트 시장의 절반은 오일·가스, 발전·담수 사업이 차지하고 있으나 향후 석유·석탄 등 플랜트 시장은 위축되고 수소·연료전지·태양광·원전 분야가 성장해 오는 2050년경 전체의 60%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이 분야에 대한 기술 선점과 경쟁력을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엔지니어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엔지니어링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1700억 달러 수준으로 크지 않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인 엔지니어링 분야 수주는 이후 공사·건설 수주로 쉽게 이어지는 점을 감안해 기술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는 해외 사업 타당성 조사 예산 지원 확대, 설계·감리·프로젝트 관리 자문(PMC) 등에 대한 교육 확대, 국내 실적(Track-record) 축적 기회 제공, 전문 인력 공급 등을 통해 업계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한 그는 “플랜트는 금융 지원이 중요해 향후 협회는 산업부와 공동으로 업체별 구체적 해외 수주 가능 사업과 규모, 필요 금융 지원액을 파악해 금융 당국과 협의하고, 인력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서도 업체·분야별 구체적 현황을 파악해 외국인 전문직 비자 발급이나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 등에 반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협회도 플랜트나 엔지니어링 관련 해외 정보의 수집 제공, 발주국 주요 인사와의 교류 확대, 사업 타당성 조사 지원은 물론 대정부 건의 기능 강화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진 업종별 발표에서 최운서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경영전략실장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에너지 공급과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원자력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원전 업계는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모든 민관 역량을 결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운서 실장은 “플랜트 건설의 경우 수십조원 규모의 재원 조달과 10년 이상의 건설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대규모 장기 자금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금융 경쟁력 확보와 금융 구조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원자로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원전 수출 국가 지원 체계가 소형모듈원자로(SMR)과 초소형모듈원자로(MMR)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면서, SMR 및 MMR의 경우 실증 전 개발 단계에서 수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이런 추세에 걸맞은 금융 지원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현재 공기업이 독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SMR이나 MMR의 경우 민간 기업에게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민간 기업들이 캐나다 같은 해외 소형 원전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원전 법규‧인프라‧교육 체계가 미비한 국가를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원전 운영 경험을 전수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이문호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전략기획본부장은 “엔지니어링 수출은 2021년 이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아세안‧인도의 인프라 프로젝트,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수요, 고유가 수혜 지역인 중동의 에너지·인프라 발주 확대와 원전 수출 추진은 금년 엔지니어링 수출의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문호 본부장은 “현재 정부에서는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 지원금을 건당 2억원 한도로 지원하고 있으나 이는 모든 프로젝트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진출 예정국의 경제 상황,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예비 타당성 조사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수주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대한 비용의 지원 범위와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그는 “ODA 사업에서 적용되는 협상 계약 방식의 경우 입찰 가격 산정 시 추정가격의 60%를 제시한 입찰자가 최고 가격 점수를 획득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국내 기업 간 저가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며, “저가 투찰을 유도하는 ODA 사업의 국내 입찰 방식을 개선해 가격보다는 기술 경쟁력이 있는 업체가 선정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ODA 사업 수주 실적 축적이 확대된다면 엔지니어링 업계의 해외 진출 기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공공 부문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국내 사업의 참여 방법 개선이나 민간 기업에 대한 개방을 통해 민간 기업들의 국내 실적 축적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하철이나 철도 관련 사업 시 분할 발주가 아니라 전 구간에 민간 기업이 공기업과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발주하는 경우 전 구간 공사에 민간 기업의 참여 실적이 축적되어 해외 유사 사업 수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보성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팀장은 “올해 플랜트 산업의 경우 중동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가스·석유화학 분야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증가할 것”이라며 “원전과 수소 산업 등으로 수주 분야가 다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이 제공하고 있는 K-ECA 예산으로는 초고위험, 저신용도, 재건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 참여 시 경쟁적인 금융안을 도출하기가 어려워 수주를 실기할 우려가 있다”며, “ECA 지원 시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중심으로 판단해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금리 혜택 지원, 특별 계정 적용 국가 및 지원 범위 확대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EDCF 지원 자금의 연간 지원 규모 10~12억 달러와 건별 최대 지원액 1억 달러 내외가 프로젝트 규모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EDCF 예산 증액과 프로젝트별 지원 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차원의 G2G 협력 확대를 요청했으며, 해외 건설 근로자의 소득 공제 한도를 월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 인력 수급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국무역협회는 회의에서 제기된 애로에 대한 구체적 정책 대안을 마련해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다. 다섯 차례의 업종별 대책회의 중 네 번째로 개최될 차기 회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정보통신 업종을 중심으로 오는 18일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