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에 나오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왔다. 이번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방법이 전혀 없었다. 제가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듯한 사회를 만드는 걸음이 되도록 더 낮은 자세로 노력하겠다”
지난 2017년 실시된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조작한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혐의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아 수감 중이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0시 윤석열 정부의 ‘복권 없는 특별사면’으로 창원교도소를 나서면서 밝힌 소회다.
김 전 지사는 “(이번 특별사면이)국민통합을 위해서라는데 통합은 이런 일방통행, 우격다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 갈등을 조정, 완화하고 대화,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몇 년간 저로 인해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닌지 돌아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곳 창원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 많이 생각하고 많은 것을 돌아봤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전 지사의 향후 행보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여러 추측이 나온다.
우선, 친문(친문재인) 적자인 김 전 지사가 복권 없이 잔여 형 집행만 면제돼 당분간 정계에는 복귀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친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민주당 영남권 한 중진의원은 28일 CNB뉴스에 “김경수 전 지사가 복권이 안됐기 때문에 선거에는 나설 수 없지만 정치 활동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 전 지사가 친문계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향후 행보에 있어서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물론 PK(부산·울산·경남) 쪽에서는 김 전 지사에 거는 기대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복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정치를 재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친문계 한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 사면·복권될 경우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에 정부 여당이 견제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따라서 복권 시키지 않는 이유를 굳이 해석하자면 윤 대통령 측근이나 국민의힘측에서는 차기 대권보다는 내후년에 치러질 총선에서 김 전 지사가 야당의 구심점 노릇을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지사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제1부속실 행정관을 거쳐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보좌해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린다. 그는 출소 후 첫 일정으로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CNB뉴스=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