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예능…다양한 콘텐츠로 유혹
연애와 투자의 차이점? 드라마로 표현
미모의 AI가상인간이 시황 설명하기도
무조건 믿는 건 금물… 투자 신중해야
“매일 아침 9시 할아버지의 호통이 장 시작 알람이지.”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긴 이 말은 한 증권사가 만든 웹드라마 속 대사이다. 증권사 객장으로 출근하는 노(老)신사가 ‘투자정보 달라’는 의미의 헛기침 신호를 하면 증권맨들의 하루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증권사들은 보수적이고 어려운 수치와 분석에서 벗어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등 개성 강한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 현상을 살펴봤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증권사들의 유튜브 콘텐츠가 점점 개성이 강해지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증시와 기업 분석뿐만 아니라, 웹드라마와 리얼리티 예능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유튜브 채널 ‘스마트 머니’ 구독자는 약 121만명(12월 13일 기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웹드라마 ‘미래의 회사’ 시즌2를 공개했다. 시즌2는 모두 5개의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미래 매니저가 동료들과 함께 게임 기업의 자산관리(WM) 업무를 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누적 조회수 16만4000뷰를 기록하며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마이턴: 60초를 잡아라!’는 경제 전문가들이 일대일 대결 방식으로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노후 생활, 해외 주식, 탑다운과 바텀업, ETF 등 주제에 대해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2명의 전문가가 자신의 의견을 펼친다. 밸런스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다.
삼성증권의 유튜브 ‘Samsung POP’ 구독자는 110만명 정도이다. 삼성증권은 웹드라마 ‘내가 바로 다비다’를 시즌2까지 제작했는데, 파란색 정장을 입은 커다란 돌머리의 직원 다비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증권사 내부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동료와 프레젠테이션 경쟁을 하거나, 맨몸운동을 하며 업무 체력을 키우는 상황을 코믹하게 그렸다.
라이브커머스 형태의 콘텐츠도 있다. ‘라커’ 시리즈로, 당신의 라커에 꼭 필요한 투자정보를 넣어드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금, 채권, ETN, mPOP(삼성증권의 MTS) 등 4개의 라커 영상을 만들었다. 쇼호스트가 증권 전문가와 함께 세일즈를 하듯이 자유롭게 해당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로 라이브커머스 방송처럼 다양한 그래픽 효과로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유튜브 구독자는 15만 5000명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한 가상의 애널리스트 한지아를 창조했다. 아름다운 외모의 한지아 애널리스트가 ‘쇼 미더 리포트’ 코너를 운영하는데, 환율 등 그날의 시장 상황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녀는 게임 속 캐릭터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을 조합해서 만든 인물이다.
‘드림스 컴 트루!’는 월드컵 토크쇼 방식을 선택했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 축구 유튜버 이수날이 한국투자증권 직원들과 카타르 월드컵을 주제로 토크를 나눈다. 대한민국과 아시아, 유럽, 남미와 아프리카 등 대륙별 출전국의 축구 성적뿐만 아니라, 경제 상황과 금융상품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KB증권의 유튜브 ‘깨비증권 마블TV’ 구독자는 23만 3000명 정도이다. KB증권은 방송 뉴스를 보도하는 상황을 배우들이 재연한 ‘세(稅)로운 뉴스’ 시리즈를 11화까지 만들었다. 부동산 매매, 배당소득세, 증여세, 취득세 등 다양한 경제 지식을 재연 뉴스 방식으로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깨비들의 슬기로운 이야기’는 예능 영상 콘텐츠이다. 이 시리즈는 신입 직원들의 직장 도전기, 여성의 패션 코디, 제주도 여행 등의 내용을 자유롭게 다루고 있다. 유저들이 유튜브나 틱톡 등에 올리는 숏폼(15초에서 10분 분량의 짧은 영상) 스타일로,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NH투자증권의 유튜브 ‘투자 로그인’의 구독자는 약 17만 7000명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리얼 연애 프로그램 ‘영끌 로맨스’를 공개했는데, ‘영혼을 끌어모은 달콤 치열한 현실 연애’에 초점을 맞췄다. 이 시리즈는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리얼리티 연애 콘텐츠로, 8명의 남성과 여성이 영끌 로맨스 타운에 들어가서 짝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연애에서는 분산 투자보다 올인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관심을 받는다는 점, 종목에 대한 믿음, 투자 시그널 등 증권가 용어를 사용해 흥미를 일으키고 있다.
‘머니게이션’은 인터넷 방송 형식을 선택했다. ‘요즘 애들 맞춤 투자 로드맵’을 주제로, 구독자 65만명의 경제 유튜버 전인구 씨가 가수 박은우 씨의 내 집 마련을 도와주고, 월급 200만원으로 1억원을 모은 24살 곽지현 씨를 만난다. 스튜디오와 인터뷰 주인공이 살아가는 공간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며 자산 운용 노하우를 알려준다.
3040세대 급부상…홍보전략도 ‘급변’
증권사들이 개성 넘치는 유튜브 콘텐츠에 집중하는 이유는 MZ세대(1980년대에서 2000년대초 출생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주식과 금융상품 투자, 자산관리가 복잡하고 어려운 전문 분야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을 MZ세대의 감성에 맞게 홍보하자는 전략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동학개미운동이 펼쳐진 점도 영향을 줬다. ‘동학개미’는 팬데믹으로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개인들이 매수에 나서며 주가를 방어한 현상을 1894년의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동학개미의 주축이 20~30대 젊은층이라는 점이 증권사들의 홍보전략에 영향을 준 것이다.
하지만 주식 등에 대한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증권사 유튜브에 의존하다간 ‘지옥’을 맛볼 수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증권사 내부의 유튜브 콘텐츠 부서가 현업 파트의 도움을 얻어서 웹드라마나 예능 영상을 만들고 있다”며 “독특한 형식의 콘텐츠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고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해 플랫폼을 홍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