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월드컵 열풍이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지난달 21일 개막해 오는 19일 종착 지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는 올해 개최된 22번째 FIFA 월드컵으로,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에 이어 아시아에서 역대 두 번째 진행되는 이벤트이자 역사상 최초로 중동 아랍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다. 또 사상 최초 연말에 실시되며, 마지막 32개국 본선 체제 대회이기도 하다.
기자도 월드컵에 취한 한 사람으로서 잠시 관련 이야기를 해보겠다. 카타르 월드컵에는 아시아(AFC) 6개국, 아프리카(CAF) 5개국, 북중미카리브(CONCACAF) 4개국, 남미(CONMEBOL) 4개국, 유럽(UEFA) 13개국이 본선에 진출했다. 대한민국은 최종예선 A조 2위로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 4.5장 중 1장을 거머쥐었다.
한국이 카타르로 향하는 길은 시작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핵심 선수들이 여럿 다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부동의 에이스 손흥민은 지난 11월 초 안면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고, 왼쪽 주전 풀백인 김진수 역시 햄스트링 부상을 안은 채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합류했다.
평가전이자 월드컵 출정식이기도 했던 아이슬란드전에서는 스리백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비수인 박지수가 발목이 꺾여 들것에 실려 나갔으며,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은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해 벤치로 물러났다. 오른쪽 풀백인 김문환도 후반 교체 투입돼 20여 분을 소화한 후 경기장에 쓰러졌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선수들은 실전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우루과이, 포르투갈을 비롯해 좀처럼 전력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가나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종전의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대변되는 선 굵은 축구에서 탈피해 최전방에서부터의 압박과 최후방에서부터의 빌드업을 통해 경기 내내 맞불을 놨다.
한국은 한층 더 성장한 경기력으로 조별리그 최종전인 포르투갈전에서 9%의 확률을 뚫고 2-1 역전승을 거두며 16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식음료업계도 국가대표팀이 일군 도하의 기적과 함께했다. 월드컵 특수에 힘입어 치킨, 편의점 등 관련 업계 매출이 고공 상승하며 국내 곳곳에서 즐거운 함성이 터졌다.
먼저 교촌치킨·bhc·BBQ 등 치킨업체 빅3는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한 지난 2일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다.
교촌치킨은 이날 전주 대비 75%, 전월 같은 기간 대비 70% 신장한 매출액을 달성했다. 앞서 가나전에서는 전주에 비해 150%, 전월 대비 160% 증가한 매출을 올렸고, 우루과이전에서는 전월 같은 기간 대비 140% 증가한 매출액을 기록했다.
bhc는 포르투갈과의 경기 당일 전주 대비 180%, 전월 같은 기간 대비 160% 매출이 신장했다. 가나전에서는 전주에 비해 312%, 전월 대비 297% 매출이 늘었다. 우루과이전의 경우 전월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200% 증가했다.
BBQ는 2일 전주 대비 100%, 전월 같은 기간 대비 100% 오른 매출액을 달성했다. 가나전이 치러진 날에는 전주에 비해 190%, 전월 대비 220% 증가한 매출을 올렸다.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 때에는 매출이 전월 같은 기간 대비 170% 상승했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도 매출에 날개를 달았다.
CU는 같은 날 맥주(155.2%)와 와인(124.5%), 양주(121.1%), 소주(120.1%) 등 주류 매출이 월드컵 개막 2주 전인 11월 18일 대비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프라이드치킨(193.2%), 마른안주(161.3%) 등 안주류 매출 역시 수직으로 상승했다.
GS25는 맥주(121.3%)와 치킨(124.7%), 안주류(99.0%) 순으로 매출이 늘었고, 가나 초콜릿 매출은 46.5%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은 치킨(120%), 맥주(100%), 마른안주(80%), 스택(75%), 냉장 및 냉동 간편식(90%) 등에서 매출이 신장했다. 이마트24도 맥주(161%), 와인(139%), 간편 안주류(121%), 스낵(101%) 등 주류와 먹거리 매출이 대폭 늘었다.
가뭄에 단비처럼 식음료업계에 오랜만에 찾아온 반가운 소식이다. 앞서 업계는 코로나19, 고물가·고금리 등 인플레이션, 10·29 참사 등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낸 바 있다. 오랜만에 식음료업계에 찾아온 단비가 좀 더 오랫동안 지속됐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포르투갈 경기에서 캡틴 손흥민이 수비수 6~7명이 에워싼 상황에서도 끝까지 공을 지켜낸 뒤 어시스트까지 성공해내는 모습에서 꺾이지 않는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식음료업계도 고객 접점에서 때를 기다리고 감내하고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국내 경제가 짧게는 내년 상반기, 길게는 연말까지 어두운 터널을 지난 것이란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정신으로 난관을 극복해나가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