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갔던 2022년…새해 전망은 안갯속
비대면 효과 끝나…서비스로 진짜 승부
쿠팡 등 외부변수도 성장 걸림돌로 작용
국내 택배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택배단가 등 경쟁력을 확보한 대형 업체 위주로 편성돼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 등 이른바 ‘빅3’의 시장 점유율은 70%대를 넘고 있다. 승승장구 성장세를 지속해온 ‘빅3’. 하지만 날이 갈수록 한파가 몰아치는 경제침체 속 이들의 우상향 곡선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CNB뉴스=이성호 기자)
택배서비스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생활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전자상거래의 발달에 따른 물동량 증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연 없이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보유한 대형사에게 수혜는 집중되고 있다.
이에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한진 등 이른바 택배 ‘빅3’의 올 한해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먼저, 시장 점유율 약 46%에 달하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9조1073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2994억원으로 22.7% 늘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같은 기간 누계 매출액 2조9802억원, 영업이익 534억원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3분기까지 누적 대비 각각 23.4%, 21.6% 오른 성적이다.
한진 역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상승한 2조122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누계 8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다.
이 같은 ‘빅3’ 우상향 실적은 날로 확대되는 물동량과 직결된다. 택배사업부문이 성장을 이끌고 있는데,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21년 총 택배물량은 36억2000만 박스로 2020년 33억7000만 박스 대비 7.59% 늘었고, 올해에는 지난 8월까지 26억5000만 박스로 파악됐다.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횟수는 2021년 기준 연 70.3회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1인당으로 보면 128.4회로, 이는 2020년에 비해 각각 5.2회, 6.4회 이용횟수가 많아진 것. 이처럼 택배서비스는 일상화가 됐으며, 코로나라는 특수환경이 더해지면서 필수 생활요소로 안착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3분기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52조2574억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2.3%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이달 초 발표한 올해 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8.2% 증가한 17조7115억원이었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응당 배송해야 할 상자도 늘어나는 구조로 택배서비스가 동반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성장은 계속된다?
이러한 ‘빅3’의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사정은 썩 밝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뉴스에 “소비자 물가, 기준금리, 환율, 경유가 등 주요 경제지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물류시장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일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물동량 증가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2023년 택배 물동량은 38억4000만개로 전년 대비 2.0%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가 일부 위축되는 가운데 여행 소비가 느는 등 소비 비중도 변화하면서 물동량 증가율이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트렌드의 확산으로 특수하게 늘어났던 물량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고 리오프닝이 시작, 내년부터는 다시 원래 수준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커머스 시장이 지속 발달함에 따라 ‘빅3’의 택배사업부문도 전반적으로 10~20%씩 크게 성장해 왔지만, 내년에는 이 같은 기대를 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크진 않겠지만 소폭 오름세는 이어갈 수 있을 듯”이라고 관망했다.
특히, 예년과 달리 물량이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에 더해 쿠팡의 공격 경영도 ‘빅3’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쿠팡이 물류 내재화를 확장함에 따라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은 것. 실제로 한진택배의 경우 위탁받아 배송하던 쿠팡 택배상자는 한진 본사 물량의 약 15% 정도로 월 700만개 수준이었다. 하지만 쿠팡이 자체배송으로 전환하면서 월 700만개 중 360만 박스의 물량 이탈이 지난 4월부터 시작돼 6월에 전면화됐다.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한진은 숨을 골랐다. 이후 신규 고객사 유치와 간선 및 HUB 운영 최적화 등 운영 효율성 제고로 물량과 수익성을 빠르게 회복시켜, 현재 정상궤도로 다시 올라서고 있다.
쿠팡발 파장은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진은 물론 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CJ대한통운의 물동량 일부가 빠져나가 올해 3분기 실적은 평소 대비 평타를 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CJ대한통운의 3분기 기준 택배시장 점유율은 46%로 전분기 대비 1%p 감소했다.
이에 CJ대한통운에서는 쿠팡과 대척점에 서 있는 네이버와의 물류동맹을 한층 두텁게 다지고 있다. 상품을 센터에 입점시켜 공동보관, 재고관리, 포장, 배송 등 복잡한 물류 전과정을 통합 수행하는 서비스인 풀필먼트를 기반으로 네이버의 ‘내일도착’ 서비스를 제공해 양사간 시너지를 높이고 있는 것.
여기에 더해 네이버와 함께 판매자, 구매자들에게 24시 주문마감 서비스와 상품 도착일을 보장해주는 ‘네이버도착보장’ 서비스도 론칭,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종합몰, 전문몰 등으로 ‘도착보장’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즉, 내년에는 소비 부진과 오프라인 소비 회복이 예상됨에 따라 택배시장 물동량 성장은 지난 2년 대비 다소 둔화할 수밖에 없고, 쿠팡이 흔든 판세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비용 증가분을 전가하고 수익성 향상을 위한 택배단가 인상에도 자연스럽게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유가·인건비 등 급격한 원가상승 부담 해소 및 지속적인 작업환경 개선, 미래대비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내년 1월 1일부터 新판가 가이드상 평균 122원을 인상키로 하고, 고객사와 협의를 진행한 상태다. 단, 개인고객의 택배비는 소비자 부담 등을 고려해 일부 초대형상품을 제외하고 동결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CJ대한통운의 행보에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에서도 합류해 가격 인상에 나설지는 지켜볼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및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속 물류시장은 신규 투자 축소, 내재화 기반 원가 개선 등 안정적 운영과 내실 강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NB뉴스=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