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의 골과 특별한 세리머니를 보고 싶다는 어느 백혈병 소녀의 소원과 사연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감동의 주인공은 경북 칠곡군에 사는 김재은(순심여고·15) 양으로 지난 1월 급성 백혈병에 걸려 11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김양은 지난 3일 본인 SNS 계정에 손흥민 선수에게 골을 넣고 왼손 엄지와 검지를 펴서 숫자 7을 그리는 ‘럭키칠곡 포즈’로 세리머니를 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자기 자신을 격려하는 것은 물론 자신처럼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날 김 양은 서울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느라 온몸에 힘이 빠져있는 상태였지만 왼손으로 숫자 7을 그려 보였다.
손흥민 선수도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모두 등 번호 7번을 달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김양은 “제가 사는 칠곡군에는 긍정의 힘을 전하는 럭키칠곡 포즈가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며 “다음 경기에서 꼭 골을 넣고 저와 친구들을 위해 숫자 7을 그려 달라”고 했다.
김양은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를 할 만큼 건강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방문한 병원에서 급성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
병실 부족으로 장기 입원을 하지 못해 아버지와 함께 일주일에 두세 번은 경북 칠곡과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다.
김양의 아버지는 홀로 자녀를 키우고 있으며 차상위 계층일 만큼 경제 여건이 좋지 않지만 딸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군에 입대하는 훈련병처럼 머리를 짧게 잘랐다.
딸의 치료를 돕다 보니 직장을 구하지 못해 병원을 가지 않는 날에만 하루하루 일을 해서 치료비와 교통비를 마련하고 있다.
김양은 “뼈가 녹아내릴 것 같은 항암치료의 고통은 10대인 제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지만 희망의 끈은 절대 놓지 않겠다”며 “병을 치료해 입학 후 한 번도 등교하지 못한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럭키칠곡 포즈는 김재욱 칠곡군수가 고안한 것으로 왼손 엄지와 검지를 펴 검지가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는 자세다.
6·25 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칠곡군의 첫 글자 ‘칠’과 발음이 같은 숫자‘7’을 그려 칠곡군을 상징하며 ‘평화를 가져다준 행운의 칠곡’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