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장 외부 풍경은 ‘라면’ 그 자체
한글로 쓴 ‘안성탕면’… 필체의 향연
브랜드디자인 공모작들, 눈이 즐거워
농심의 글로벌 라면史 한눈에 들어와
움직임을 줄여야 하는 ‘자제의 시대’가 끝날 듯 끝나지 않습니다. 출타는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CNB뉴스가 대신 갑니다. 재밌고 새롭고 어쨌든 신선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가보니 알게 된’ 또 다른 오감의 영역이 안방으로 배달 갑니다. 이번 편은 농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소개하는 ‘파스타랑·안성탕면’ 팝업 전시회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어떤 재료와도 안성맞춤, 한글과도 안성맞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윤디자인빌딩. 농심이 ‘파스타랑·안성탕면’ 팝업 전시회를 연 곳이다.
지난 21일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길을 따라 찾아간 전시회장의 모습은 ‘라면’ 그 자체였다.
윤디자인빌딩을 주황색으로 뒤덮은 호딩 아트(Hoarding Art·임시 가림막에 그리는 작품)에는 올해 한글날을 맞이해 ‘안성탕면체’로 출시된 안성탕면 패키지와 ‘안성탕면 한글잔치’ 안내문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니 전시회는 크게 1층 시식 장소와 지하 2층 전시장으로 구분됐다.
먼저 시식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식은 평일 낮 12시·오후 1시 30분·오후 4시 총 세 타임, 주말 오전 11시·오후 1시·오후 3시·오후 5시 총 네 타임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회사측은 이곳에서 토마토소스 베이스에 소고기·돼지고기·허브·버터가 어우러진 ‘볼로네제’와 부드러운 크림소스에 표고버섯 향이 짙게 베인 ‘버섯크림’을 시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직접 볼로네제를 먹어보니 파스타를 겹쳐서 익혀 만든 이태리 요리 ‘라자냐(Lasagne)’와 흡사한 맛이었다.
다음으로 길게 늘어뜨린 계단을 통해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정면에는 지난 1983년부터 현재까지 발매된 안성탕면 패키지의 변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 브로마이드가 걸려있었다. 오른쪽 안내데스크에는 방문객을 위한 무료 안성탕면 엽서·스티커·필기용품 등이 구비돼있었고 뒤편으로는 각종 인형·모자·막대 등을 활용해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돼있었다.
지하 2층 전시장은 크게 ‘농심 박물관’ ‘안성탕면체 연구실’ ‘한글잔치’ 총 3개 구역으로 조성됐다.
농심 박물관에는 세계 곳곳에 진출 중인 농심 제품들의 모습과 매출 현황을 세계 지도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맞은편에는 안성탕면·신라면·너구리·짜파게티·육개장사발면 등의 라면 패키지 역사와 주요 제품 출시 연도를 나타낸 걸개가 걸려 있었다. 정중앙에는 라면·레고·폰케이스·블랭킷 등 각종 한정판 및 타사와의 협업 제품들이 진열돼있었다.
안성탕면체 연구실에서는 농심이 윤디자인그룹과 협업해 개발한 안성탕면체의 한글화 과정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갖가지 형태의 글씨체를 시도해보고 연구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농심 측은 안성탕면체가 올해 한글날을 맞이해 안성탕면의 한문 BI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따스한 추억을 느낄 수 있도록 한문 BI와 비슷한 인상으로 표현됐으며 담백하고 안정감 있는 네모꼴 형태의 붓글씨로 안성탕면만의 개성이 느껴지도록 제작됐다고 밝혔다.
연구실의 오른쪽 끝자락에는 안성탕면체를 이용해 원하는 글자를 프린트 할 수 있는 체험존이 자리했다. 원하는 문구를 타이핑한 뒤 인쇄를 누르면 주황색의 띠가 출력됐다. 뒤편에는 방문객들이 남긴 여러 문구들이 벽면을 한가득 메웠다.
한글잔치 구역에서는 지난 9월 19일부터 10월 19일까지 한 달간 전국 대학생·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성탕면 디자인 공모전’의 세 가지 부문(타이포 그래픽 포스터, 안성탕면 패키지 디자인, 동영상) 수상작들이 전시돼있었다.
기발한 형식과 모양의 작품들이 시종일관 눈을 즐겁게 했다. 약 400여 점의 공모작 가운데 30점이 전시회에 선정돼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전시장 구석구석을 훑어보니 라면에 진심이지만 안성탕면에는 문외한이었던 이들이 정감 있는 안성탕면체로 인해 안성탕면에 보다 마음을 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농심이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를 한눈에 담기엔 안성탕면 외 제품들의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아쉬움도 뒤따랐다.
농심 관계자는 CNB뉴스에 “‘안성탕면’은 유독 경상도, 특히 경상남도 및 부산에 거주하는 40대 이상 소비자들에게 부동의 인기라면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지난해 가수 장기하가 선보인 손글씨의 인기를 등에 업고 MZ세대에게 보다 친근감 있는 제품으로 거듭나기 위해 한자 대신 한글 옷을 입히는 시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CNB뉴스=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