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화 건설부문이 서울역 옆에 조성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도킹 서울(Docking Seoul)’을 취재하러 갔다. ‘도킹 서울’은 옛 서울역사의 20년 동안 사용하지 않던 주차장 램프(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를 서울시와 함께 설치미술, 메타버스 작품으로 조성한 공간이다.
‘도킹 서울’은 낮과 밤의 모습이 다르다. 저녁이 되면 ‘도킹 서울’의 설치미술 작품들의 LED에 빛이 들어오고, 조금 더 본연의 의도대로 보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저녁이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주변으로 뻗어있는 공중 보행로인 ‘서울로 7017’을 걸었고, 그곳에 놓인 대형 화분과 피아노 등을 지나면서 예전에 비해 세련되게 바뀐 서울역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그러다가 ‘서울로 7017’의 유리 벽면 중 한 곳에서 유라시아 프로젝트에 대한 지도를 발견했다. 이는 우리나라 부산과 목포에서 서울을 지나 북한의 평양과 나진, 신의주를 거쳐서 중국의 베이징, 정저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울란우데,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을 잇는 지도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할 때에만 해도, 통일과 유라시아 경제공동체에 대한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길어지고, 중국과 대만의 긴장감이 이전보다 높아지고, 이 영향으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흐릿한 기분이다.
이 투명한 유리벽에 새겨진 검은색 선으로만 이어진 지도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일 것이다. 그것은 평화와 협력, 공존을 위한 노력 위에서 멀고 긴 시간을 거쳐서 달성해야 할 지점일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국가 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거나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이로 인해 불신이 높아지고, 여러 경제적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플레이션 등이 발생하면서 삶이 힘들어지는 측면도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평화를 위해 기도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보다 평화롭고 행복하며 지속 가능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현재의 상태를 고려한 평화를 위한 방어는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야 하며, 우리라는 단어의 범주를 어떻게 설정하고 해석해야 할까. 우리는 국가에 한정되는 것일까, 지구에 한정되는 것일까, 우리 우주에 한정되는 것일까. 다중 우주가 현존한다면 우리의 우주도 하나의 부분에 머물지 않을까.
그리고 ‘도킹 서울’로 돌아가 밤의 모습을 살펴보고, 컬러풀하게 빛나는 LED가 생생한 설치미술 작품의 사진을 찍고, 우주와 나,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이곳에 있는 한 천체물리학자는 인터뷰 영상을 통해 우리는 모두 별로부터 온 존재라고 했다. 우주라는 시공간 속에서 인간도 우주의 일부분이고, 그 거대하고 장구한 흐름 속에서 빛나는 또 하나의 독립된 우주일 것이다.
밤의 ‘도킹 서울’에 첫발을 디디면 시멘트로 만들어진 바닥에 화살표 모양의 LED 빛이 들어온다.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으며,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한화 건설부문이 포함된 한화컨소시엄은 서울역 뒤쪽의 유휴용지를 코레일과 함께 개발한다고 한다. 국제회의 수준의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시설과 호텔, 백화점, 오피스 등 최첨단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기다리는 미래, 꿈꾸는 방향은 주변국들과 공존하면서 평화롭게 인류와 지구라는 공동체를 바라보며 나아가는 길이지 않을까. 그런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