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어닝 쇼크’ 3분기에도 이어져
현지 ‘애국소비’까지 가세해 앞날 캄캄
북미·아시아 등 해외시장서 돌파구 개척
뷰티업계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중국의 봉쇄 정책,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 등이 복합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뷰티기업들은 북미·유럽·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CNB뉴스=전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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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업계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매출액 9364억원, 영업이익 1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0% 줄었고, 영업이익은 62.6% 감소했다.
LG생활건강 화장(뷰티)사업부문은 매출액 7892억원, 영업이익 676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23.1%, 68.6% 급감한 수치다.
이처럼 뷰티업계 주요 기업들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중국 소비 시장 둔화가 거론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정부가 봉쇄 정책을 펴면서 오프라인 매장 영업이 타격을 받았다.
중국의 봉쇄 정책은 비단 오프라인에서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화장품을 홍보해주던 중국 내 유명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온라인 매출도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다 중국인의 국내 유입이 크게 줄어 중국인이 대다수를 차지해온 국내 면세점 매출도 대폭 감소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된 점도 분위기 침체에 한몫했다.
이에 뷰티업체들은 기존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와 유럽, 일본 시장을 공락하며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올해 내내 이어진 북미 시장의 성과가 확대돼 북미 전체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97% 성장했으며, 라네즈의 경우 7월 열린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서 ‘뷰티 & 퍼스널 케어’부문 판매량 전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지난 9월에는 미국 클린뷰티 브랜드인 타타하퍼를 인수하고 라네즈, 설화수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기타 아시아 시장에서도 이번 3분기에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가 선전하며 작년 동기 대비 약 20%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올해 그룹은 ‘Winning Together’의 경영 방침 아래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의 3대 추진 전략을 실행 중”이라며 “엔진 상품 육성, 디지털 기술을 통한 미래성장 기반 확보, 데이터 기반의 재고관리 최적화 및 공감 기반의 ESG 경영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북미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지난 2019년 미국 화장품 기업인 뉴에이본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 하이엔드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인 알틱 폭스를 보유한 보인카의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올 4월에는 미국 10대 타깃 브랜드인 더크렘샵의 지분 65%를 인수했다. 더크렘샵은 미국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자)가 즐겨 찾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로, 미국에서 헬로키티·디즈니 등 캐릭터 디자인을 입힌 기초 및 색조 뷰티 신제품 출시를 비롯해 채널 확대를 통해 관심 고객 수(인스타그램 팔로워 46만명)를 빠르게 늘려가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생활건강 측은 “럭셔리 화장품을 지속 육성하고, 북미와 일본 등지에서 높아지는 K-뷰티에 대한 관심과 현지 감성을 반영한 제품을 출시하며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시장, 힘들어도 포기 못해”
다만, 이 같은 뷰티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4분기 실적은 어두울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 해외사업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매출 회복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달 열린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국민의 국경절(10월 1일 ~ 10월 7일) 이동을 금지하는 등 방역통제에 나선 바 있다.
중국 브랜드의 성장과 그 과정에서 일고 있는 애국소비(궈차오·国潮) 현상도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코트라(KOTRA)가 발간한 ‘달라진 중국 화장품 시장, 한국 화장품의 경쟁 상대는’ 보고서 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주 소비자군인 90년대생·95년대생·00년대생의 19~35세 여성들은 문화적·민족적 자신감이 강하고 궈차오에 열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50%가 궈차오 화장품을 적극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70~80년대생보다 외모에 대한 관심, 뷰티 소비 의향, 소비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해외 유명 브랜드를 맹목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 보통 인터넷 기반 성분·가성비 비교, 전문가, KOL 및 지인 평가 및 추천을 고려해 구매 결정을 하기 때문에 입소문이 난 중국 브랜드에 대해 오픈 마인드라는 것.
하지만 뷰티업계의 중국시장 공략이 멈출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중국은 단일 국가 기준 가장 인구가 많은 한편, 근래 들어 소비력을 갖춘 인구가 많은 나라”라며 “특히 인종적 특성으로 봤을 때 한국인과 비슷한 피부톤을 가진 국가로, 국내 뷰티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타깃 시장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CNB뉴스=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