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2.11.01 09:35:19
감정(鑑定)과 감상(鑑賞)의 차이는 무엇일까? 회화를 보는 안목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주관적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일반적 회화 감상에서 빠져나와 감정의 경지까지 엿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사)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장과 (주)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대표이사를 역임한 고미술 전문가 임명석의 책, '감정과 감상 차이'가 그것이다.
1986년 한국고미술협회 감정위원을 역임한 이후 평생 고미술 전문가로 살아온 임명석의 '감정과 감상의 차이'는 그의 이력 만큼 희귀한 책이다. 현대미술의 주관적 감상의 공허함을 고미술 감정에서 채워보면 어떨까?
술이부작의 결실
평생을 고미술 감정에 바친 임명석은 책 머리말에서 "이번 책 '감정과 감상의 차이'는 술이부작(述而不作)의 결실"이라고 썼다. 이 말은 공자가 자신의 저술은 그저 옛일을 기록했을 뿐, 스스로 창작한 것이 아니라고 한 말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겸허한 필자는 "감히 이술이부작의 방법으로 감정과 감상의 드넓은 세계에 대한 효과적인 접근 통로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그래서 감정과 감상, 문방사우와 관련된 수많은 자료와 인물을 찾아서, 선현들의 탁월한 통찰력에 감복하고 귀 기울이며, 옛 문헌을 풀이하고 체계화하고자 노력했다"라고 썼다.
서화 감정과 감상의 '내비게이션'
이 책은 저자가 '감정과 감상의 차이'라는 제목으로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에 문방사우를 더해 구성의 완성도를 높인 책이다.
본문은 크게 1, 2부로 나뉜다. 1부는 '감정과 안목의 이해' 편이고, 2부는 '문방사우 뿌리와 이해' 편이다. 얼핏 서로 다른 부문 같지만, 서화(書畫)는 문방사우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 더욱이 수많은 서화를 창출하며 문화예술을 살찌워 왔다는 점에서 문방사우는 서화의 모태 같은 존재다. 저자는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서화감정과 문방사우를 한 권으로 엮어서 고미술 애호가와 일반인들에게 이 분야의 나침반과도 같은 '내비게이션'을 선사한다.
전작 '고서화 감정과 나의 발자취'는 신간과 상호보완적
이 책은 저자의 전작인 '고서화 감정과 나의 발자취(2013)'와는 내용면에서 차이가 있다. 전작은 '고서화의 근간(根幹)인 준법(皴法)의 개념을 중심으로 현장에서의 경험과 감정실태, 현대미술로의 변천 과정을 포함'하고, 저자가 수십 년 동안 접한 '고미술과 근대미술 관련 전시회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20여 차례의 전시 내용과 발간한 도록, 작가와 인연 등을 함께 엮었던 책'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전작과 이번 신간이 "혈통이 같고, 상호보완적인 성격이 있는 만큼 함께 보면 더 유익하다."고 조언한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