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22일은 UN이 제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2013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환경 전망 2050’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50년이 되면 OECD 소속 국가 가운데 가장 심한 물 스트레스를 겪게 될 것이라고 한다. UN은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라는 비영리단체가 정한 기준에 따라 국민 1명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하천수나 지하수 등의 수자원 총량이 1700㎥ 이상이면 물 풍요(water sufficiency), 1000∼1700㎥이면 물 부족(water stress) 그리고 1000㎥ 이하이면 물 기근(water scarcity) 국가로 분류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 총량이 1471㎥로 물 부족 국가에 속한다.
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 동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중동 건설현장에 다녀온 산업역군들의 공통된 일성(一聲)은 중동에서 물 값이 석유 값보다 더 비싸다는 것. 당시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이가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우리말에 돈을 물 쓰듯 쓴다는 말이 있다. 이는 돈을 물처럼 펑펑 쓰다, 낭비하다, 탕진하다는 영어의 ‘splash out’과 동의어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이제 돈을 펑펑 쓴다든지 낭비하고 탕진한다는 것을 물에 비유한다면 뭔가 논리적으로 모순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물은 지표면의 3분의 2이상을 덮고 있지만 그중 97.5퍼센트는 마실 수 없다. 인간에게 남는 물은 고작 2.5퍼센트에 불과하지만 그 가운데 70퍼센트 이상은 빙하, 만년설, 영구동토층(permafrost)이어서 사용할 수 없다.
OECD는 2030년이 되면 물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인 40억 명 가량이 심각한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도시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동아시아, 남아시아, 중동지역 등이 물 부족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서부의 속담에 “위스키는 마시라고 있고, 물은 싸우라고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오래 전부터 물 문제로 국제간의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터키와 이라크는 티그리스 강 수자원을 두고 분쟁 중이며, 에티오피아와 이집트도 나일 강을 두고 분쟁하고 있다. 중국과 라오스는 메콩 강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고, 미국과 멕시코는 리오그란데 강의 물 사용 주도권을 놓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큰 재난들은 대부분 물 부족 현상과 함께 일어났다. 이는 UN이 자연재해 중 90퍼센트 이상이 물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물은 다른 자원과는 달리 대부분 다시 채워 쓸 수 있는 자원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그 질과 분배량이 심각한 갈등과 마찰의 원인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Boutros Boutros Ghali)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일치감치 “중동의 다음 전쟁은 물을 둘러싸고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또한 2008년에 “다음 세기의 석유는 물이 될 것”이라면서 21세기 인류는 식품과 에너지보다 물 부족으로 더 많은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미래보고서 2055>에 따르면 세계 제조업계의 물 수요는 2000년부터 2050년까지 400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세계 물의 15퍼센트를 사용하는데 물의 사용량은 2035년까지 적어도 20퍼센트 증가가 예측된다. 현재 가뭄, 토지 황폐화, 사막화로 인한 물 부족이 세계 15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는 가난, 식량 안보, 영양 결핍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약 80퍼센트는 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작금의 심각한 기후변화는 해수면을 상승시켜 세계 해안 지대의 담수는 염수로 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식수 부족 현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다 식수 문제 해결을 위한 탈염수화는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증가시켜 기후변화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므로 재생에너지 활용은 필수불가결하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 담수화에도 가장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주)테크큐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