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대란에도 판매가 그대로
서민들, 치솟는 물가에 다이소로
다린이·입문자…신조어까지 등장
광고비·마진 줄여서 인플레 돌파
(CNB뉴스=도기천 기자)
“요즘 같은 때에 다이소마저 없다면 어찌 되겠어요? 백화점·마트 생활용품 코너를 주로 이용하다가 최근에 다린이(다이소 초보이용자)가 됐어요. 요즘도 이런 가격이 있다는게 신기하네요.”
치솟는 물가에 전전긍긍하던 워킹맘 권승연씨(39·여)가 찾은 곳은 다이소다. 권씨는 다이소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그녀는 500~5000원으로 균일화된 가격표를 보고 ‘다이소만의 경제세상’이라고 표현했다. 시중물가보다 크게 저렴한 점을 빗댄 것이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우크라이나 전쟁, 전세계적인 금리인상과 유가·환율폭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를 향해 치닫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9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1.75%로 3배 넘게 올렸다. 경제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에서는 “월급과 아이 성적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들어 안 오른 제품을 찾기 힘들다. 치킨·햄버거 등 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외식 메뉴는 물론 주류·신선·가공 식품까지 도미노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다이소처럼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락앤락, 써모스, 해피콜, 글라스락 등은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텀블러, 식품보관용기, 보온도시락, 머그컵 소형가전, 쿡웨어,프라이팬, 냄비 등의 가격을 각각 6~8%씩 인상했다.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프라이팬, 냄비, 텀블러 등 주방용품의 핵심 원자재인 알루미늄 가격이 지난 4월 기준 톤당 평균 3257달러로 지난해 동기 2324달러 대비 40% 가량 폭등했고, 스테인리스의 주요 원료인 니켈 가격 또한 톤당 3만3298달러로 지난해 1만6480달러에 비해 102%나 증가했다.
하지만 다이소는 모든 상품을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총 6가지 가격대에서만 판매하는 일명 ‘균일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다이소를 운영하고 있는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CNB뉴스>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이 크지만 기존 가격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올릴 계획도 없다”며 “마진 최소화를 통한 박리다매 전략으로 인플레이션 시대를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 가성비 ‘갑’
다이소의 강점은 탁월한 가성비에 있다. 원가에 마진을 붙여 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판매가(균일가)를 먼저 결정한 후 포장과 유통, 광고비(TV광고, 옥외광고)를 줄이는 방식으로 제품의 최대 가격이 5000원을 넘지 않도록 제한선을 정해뒀다. 그러면서도 ‘불량률 제로’를 고집하며 품질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개점한 한 다이소 매장에서 만난 주부 오모(51)씨는 “최고의 제품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생활용) 건전지의 경우, 수명이 짧지만 개당 1~2백원에 불과해 자주 갈아주는 번거로움만 감수한다면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이소를 찾는 발길은 꾸준히 늘고 있다.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매출액 2조6048억원, 영업이익 2838억원, 당기순이익 2448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각각 7.56%, 63.38%, 83.5% 증가한 수치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지고 있어 이런 흐름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다이소 제품이 부실하다’는 얘기도 이제는 옛말이다. 소비자들의 제품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배우 한소희와 가수 태연이 착용해 화제가 된 ‘다이소 공주세트’다.
한소희가 핑크색 보석이 박힌 목걸이와 귀걸이를 착용한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한 뒤, 다이소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판매량이 4배 이상 뛰었다. 이 제품(목걸이·귀걸이 세트)은 다이소에서 단돈 1000원에 팔고 있다.
최근 가수 소녀시대의 태연이 한 방송에서 착용한 핑크색 하트 모양 귀걸이와 목걸이, 왕관도 화제다. 이 또한 다이소 제품으로 밝혀졌는데, 세트로 구성된 3000원짜리다.
다이소는 한소희와 태연이 착용한 제품들을 추가 입고했으나 전부 완판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어느 매장에서 이 제품을 구할 수 있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패브릭·캐릭터·뷰티로 영토 확장 중
다이소는 이런 호조세에 힘입어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의 레저·취미, 문구·팬시용품, 인테리어·주방용품에 이어 패브릭, 캐릭터, 뷰티 등으로 영토를 넓혀가는 중이다.
실례로,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여름 뷰티 대전’에서는 썬케어용품, 수분·진정케어용품, 바디케어용품 등 피부관리 제품들을 비롯, 제모, 네일 등 여름을 대비한 160여종의 상품을 선보였다.
또 이달부터 시작된 ‘쿨 썸머 기획전’에선 열대야를 준비할 수 있는 냉감 타월 이불, 냉감 베개 커버 등 패브릭 제품들과 북극곰·북극토끼·펭귄 얼굴의 냉감 인형, 여름 냉장고 바지와 시어서커 파자마 바지 캐릭터 상품, 미니 선풍기 등 총 200여종을 새로 내놨다.
‘다이소 효과’는 소비자 뿐 아니라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있는 가맹점주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공정위 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다이소 가맹점의 연 평균 매출액은 △2018년 10억2021만원 △2019년 11억621만원 △2020년 12억7588만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의 고물가 상황 등을 감안하면 올해는 더 큰 폭의 매출 신장이 예상된다.
다이소는 1997년 서울 천호동에 ‘아스코이븐프라자’ 1호점을 오픈하며 국내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박정부 회장(창업주)은 다이소를 매출액 2조원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CNB뉴스>에 “고물가 시대에 서민의 마지막 보루라는 심정으로 위기상황에 대응하고 있다”며 “상품 패키지를 최소화하고 브랜드 홍보비를 줄이는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해 기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