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공들인 중국길 막히자 국내 출시
원작보다 높은 퀄리티… 속도감 더해
첫날 100만 몰리며 넥슨 게임史 갱신
이정헌 대표 “모험가들 도전, 큰 감동”
뭐든 해봅니다. 대리인을 자처합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문물이 쏟아지는 격변의 시대. 변화를 따라잡기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CNB가 대신 해드립니다. 먹고 만지고 체험하고, 여차하면 뒹굴어서라도 생생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모바일 버전으로 돌아온 넥슨의 대표 IP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을 체험해봤습니다. <편집자주>
넥슨의 간판 IP(지적재산권) ‘던전앤파이터’가 모바일 버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던파모바일)’의 개발 기간은 약 5년. 대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를 만드는 시간과 비슷한 정도로, 그만큼 공들인 작품이란 의미다.
던파모바일은 당초 중국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다. 현지 퍼블리셔가 중국 최대 기업인 ‘텐센트’이고 사전 예약자만 6000만명을 넘겨 원활한 서비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넥슨은 지난해 8월 서비스 잠정 중단 소식을 알렸다.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 및 판호(현지 서비스 허가 권리) 발급 불가 등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자 급하게 내린 결론이다.
이에 넥슨은 던파모바일의 출시를 국내 시장으로 선회했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시장을 통해 기반을 잡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구체화하겠다는 전략.
던파모바일은 원작의 성공신화를 다시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사전 예약 후 프리스트 클래스(직업)를 선택해 모바일과 PC버전(크로스플레이 지원) 모두 체험해봤다.
‘2D 도트 그래픽’ 원작 감성 살렸다
3D MMORPG 게임이 범람하는 현재, 2D 도트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게임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원작 던전앤파이터를 계승해 2D 도트를 사용했고, 레트로 감성을 제대로 살렸다. 원작 비주얼을 거의 그대로 구현한 모바일용 ‘던파 클래식’이라고 할까?
정통성은 살리고 정교함은 발전했다. 화면 비율과 이펙트 품질(투명도)까지 조정이 가능하며, 텍스쳐 해상도를 필터에 따라 다양한 품질로 출력할 수 있다. 캐릭터와 몬스터, 배경, 사물 등 대다수 그래픽 표현이 모바일에 맞춰 재구성됐다. 특히, 메인 캐릭터인 귀검사와 격투가의 외형은 새롭게 만들어져 원작보다 훨씬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일러스트 또한 미려하게 바뀌었다. 대다수 등장인물의 일러스트가 다시 그려졌는데 굵은 외곽선이 강조돼 화면에서 더욱 잘 보인다. 또한 새로 제작된 시네마틱 영상과 컷 신에서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효과가 돋보인다.
호쾌한 액션과 콤보 스킬도 여전해
던파의 최고 장점은 스킬 콤보를 활용한 호쾌한 액션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원작 고유의 액션성을 모바일 플랫폼에 담아냈다. 각 던전을 돌며 몬스터를 공략하는 전투(PvE)와 유저 간 대전(PvP)는 ‘수동 전투’를 기반으로 한다. 조작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동 전투는 지원하지 않는다.
던파모바일은 조작 방식에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스킬 버튼을 차례대로 누르며 자신만의 스킬 콤보를 설정할 수 있으며, 추천 콤보(메크로)를 활용해 전투에 임할 수 있다. 이동과 스킬 등의 조작을 본인의 취향에 맞게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바일 디바이스에 키보드와 게임패드를 연결해 플레이할 수도 있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또, 원작과는 다르게 ‘긴급 회피’ 시스템이 추가됐다. 회피 버튼을 두 번 누르면 빠르게 이동이 가능해 상대방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다. 더욱더 속도감 있는 전투가 가능하다는 의미.
원작대로 캐릭터 별 액션 스킬이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현재는 귀검사, 격투가, 거너, 마법사, 프리스트 등 5가지 직업만 공개됐다. 성별 선택과 일부 전직 클래스는 미공개 상태로, 원작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의 액션을 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용자는 메인퀘스트, 의뢰, 긴급의뢰, 길드, 결투장에서 PvE, 팀전, PvP 등 다양한 전투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 초보 게이머여도 대부분의 전투 스테이지는 쉽게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유저 간 일대일 결투를 진행하는 ‘등급전’의 경우에는 고수들이 즐비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같은 랭크여도 원작 던전앤파이터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초보를 가장한 고인물’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패배하기 일쑤다. 내 캐릭터가 공중에 띄워진 채로 하염없이 맞는 것만 바라보다가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 던파모바일을 처음 시작하는 이용자에게는 진입장벽이라고 느낄 수 있다.
UI 편의성도 개선됐다. 현재 착용한 장비보다 강력한 장비를 얻거나 즉시 사용 가능한 아이템을 획득한 경우 별도의 탭이 뜨면서 바로 사용 및 장착이 가능하다. 또,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바로 판매하거나 분해할 수 있다.
지나친 과금 없어…유저 친화적인 BM
던파모바일에는 지나친 과금 유도가 없다. 무과금 이용자도 캐릭터를 충분히 육성할 수 있고, 플레이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 캐릭터의 능력과는 관계없는 ‘아바타’와 ‘봉인된 자물쇠’, ‘배틀패스’ 외에는 유료 결제 상품이 없는 수준이다. 캐릭터 성장과 장비 강화에 필요한 재료들 대부분은 게임 내에서 획득할 수 있다.
과금 모델도 부담스럽지 않다. 유료 아이템의 가격 자체도 다른 모바일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납득할 수 있는 수준. 5만원 이내의 상품이 대부분이다. 또, 확률형보다는 확정적 아이템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나마 존재하는 확률형 아이템도 획득 확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과금이 강제되는 것도 아니어서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게임 내 육성 재화(골드)의 소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원작과는 다르게 장비 강화 시 ▲고강 시 아이템 파괴 삭제 ▲강화 실패 시 강화도 떨어지지 않음 ▲강화 천장 도입 ▲기존 강화된 장비로 새 장비에 강화 계승(예정) ▲아이템 일부 무료 탈착 가능 등이 변경됐기 때문. 기존작에서 장비를 강화하는데 돈이 꽤 들어갔던 것을 감안하면, 유저 친화적인 BM을 구성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손맛’ 아쉽지만…역대급 ‘긍정’ 반응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모바일 디바이스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조작감이 아쉽다. 많은 스킬 사용을 권장하는 던파답게 스킬 버튼만 10개가 넘어가는데, 모바일 버전에서는 조작이 쉽지 않다. 던파 특유의 속도감과 액션성을 느끼기 위해서는 원활한 조작이 필수지만, 적응이 다소 어렵다. ‘손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강화 알림 온·오프(ON/OFF) 기능이 미지원되는 것도 불편했다. 아이템 강화 12강 이상 성공 시 화면 정중앙에 메시지가 항상 떠 있는데 상당히 거슬린다. 화면 구석 한켠에 있는 것도 아니고 상단부 중앙에 위치해 있어 게임 플레이에 방해가 될 정도.
다양한 평이 나오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발전한 그래픽, 타격감 좋은 액션, 원작의 재미를 살린 게임성, 쾌적한 서버, 양호한 과금 구조 등 다양한 이유를 들며 ‘오랜만에 할만한 게임이 나왔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이 던파모바일은 지난 1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및 매출 순위 1위에 모두 올랐다. 앞서 지난달 24일 오전 8시 출시한 지 5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른 바 있다. 사전 다운로드 120만 건, 사전 캐릭터 생성 110만 건 등 이용자 호응에 힘입어 출시 당일 게임에 접속한 이용자 수는 100만 명이다. 넥슨 모바일 게임의 첫날 기록을 모두 뛰어넘었을 정도로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엘븐가드(게임 내 배경)를 가득 채운 모험가분들의 모습은 넥슨컴퍼니 임직원 모두에게 큰 감동과 자부심을 안겨줬다”며 “100만명의 이용자들이 보여준 높은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리며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온 역량을 쏟겠다”라고 밝혔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