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옥 의거 100주년 앞두고 기념사업회장 취임
일제와 ‘1대 1000’ 총격전 벌인 민족영웅 기려
“생가 복원·100주년 사업 등 애국정신 알리겠다”
국내 대표적인 치킨프랜차이즈 기업의 오너가 일제강점기 시절 전설적인 독립 영웅의 기념사업회장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의미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재계의 새로운 경영 트렌드가 되고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시선이 쏠린다. CNB의 연중기획 <기업과 나눔> 예순일곱 번째 이야기다. (CNB=정의식 기자)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소재의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사단법인 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가 ‘제11대·12대 회장 이·취임식 및 김상옥 의사 항일독립운동 99년 기념식’을 열었다. 국가보훈처, 김상옥 의사 유족, 여러 독립운동가 기념사업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2대 회장으로 취임한 인물은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의 윤홍근 회장이었다.
윤 회장은 과거 윤동주상 민족상부문을 수상할 정도로 국가관과 민족정신이 투철하다고 한다. 이런 윤 회장의 애국심이 이번에 기념사업회장을 맡게 된 배경이 됐다.
이날 취임식에서 윤 회장은 지금까지 기념사업회를 잘 이끌어온 역대 회장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특히 전임 제11대 박수현 회장에게 각별한 존경을 표했다. 아울러 순국선열들의 독립정신을 함양하고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맡은 바 직무를 헌신적으로 수행해 온 기념사업회 임직원에게도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윤 회장은 “당시 항일무장투쟁을 본격 전개하는 계기가 된 종로경찰서 폭파사건의 주역 독립운동가 김상옥 의사를 기리는 기념사업회 회장직 임명을 받는 것이 무척 영광스러운 동시에, 한편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들의 애국심을 함양하는 중심 독립운동기념사업회로서,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이 후세에까지 계승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 한복판서 총격전…일제 통치에 균열
김상옥 의사는 1890년에 태어나 3.1운동 이후 독립운동에 헌신하며 수많은 일본 경관을 사살한 전설적인 독립운동가다. 1920년 동료들과 함께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 등 일본 고관 암살 계획을 추진하다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임시정부에 참여했으며, 당시 의열투쟁을 이끌던 김원봉의 조선의열단에도 입단했다.
1923년 사이토 총독 암살을 위해 국내에 잠입, 1월 12일 종로 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했으며, 이후 1월 17일 은신처가 발각되자 단신으로 두 손에 권총을 들고 일본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며 3명의 일본경찰 간부를 사살하고, 여러 일본 경찰에게 중상을 입힌 후 주변 가옥의 옥상을 뛰어다니며 도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1월 22일 다시 은신처가 발각되며 김 의사는 일본 경찰 1000여명의 포위에 갇히게 된다. 이에 김 의사는 구리다 경부 등을 사살하고, 3시간반 동안 총격전을 벌였으며, 총알이 떨어지자 최후의 1발을 스스로의 머리에 쏘아 자결 순국했다. 나중에 김 의사의 가족들이 시신을 수습하며 확인한 결과 몸에 총 11발의 총상이 발견됐다.
김 의사의 의거는 여타의 의거들과는 규모 자체가 다른 ‘시가전’ 수준의 사건이어서 일제는 물론 우리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일부 역사가는 김 의사의 활약으로 일본에 억눌린 우리 민족이 저항 의지를 되찾았고 이후 항일무장투쟁이 더욱 격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의사의 화려한 행적은 이후 만화·드라마 ‘각시탈’과 영화 ‘암살’, ‘밀정’ 등 일제 강점기 독립투쟁을 다룬 여러 창작물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1948년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선생, 이시영 선생, 조소앙 선생 등 독립운동가 54인이 중심이 되어 김 의사의 독립정신과 민족정기 선양을 목적으로 (사)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가 설립됐는데, 이는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운동가 기념사업회다.
윤 회장 “김 의사 애국정신, 널리 알리겠다”
윤홍근 12대 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장은 김 의사의 애국정신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념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윤 회장은 향후 서울 종로 효제동 72번지에 위치한 김상옥 의사의 생가 복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의사 생가는 현재 후손들의 소유가 아니어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데, 기념사업회는 이를 정부·지자체와 함께 매입해 기념관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김상옥 의사 일대천 항일 서울시가전 승리 100주년’이 되는 2023년에는 일제 탄압에 맞서 대한독립에 투신한 선열들의 뜻을 기념하는 특별행사를 개최, 국민 모두가 화합하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