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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그 시절 초딩 입맛 잡아라”…식음료업계 ‘키덜트’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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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전제형기자 |  2022.01.09 13:55:09

‘어른이’가 ‘초딩’때 즐긴 식품들
다양한 아이템으로 재등장 눈길
소비층 늘면서 경쟁 치열하지만
“언제까지 추억마케팅?” 지적도

 

식음료업계가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소비자들을 겨냥해 ‘추억 속 음료’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일 경기 김포시 구래동 소재 한 편의점에 뿌요소다 ‘소다향’ ‘오렌지’가 여타 음료들과 함께 진열돼있다. (사진=전제형 기자)

 

식음료업계가 일명 ‘초딩 입맛’이라고 불리는 이색 제품 출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그때 그맛’이 그리운 ‘어른이’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과거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CNB=전제형 기자)




최근 팔도는 학창시절 소풍 필수 아이템인 뿌요소다 ‘소다향’을 재출시했다. 앞서 팔도는 지난해 3월 말 뿌요소다 ‘오렌지’ ‘파인애플’을 24년 만에 다시 선보인 바 있다. 지난 1998년 어린이들이 손에 쥐고 마실 수 있는 소형 페트병(245㎖)으로 발매, 그룹 디바의 ‘왜 불러’를 개사한 CM송과 재밌는 표정의 캐릭터로 화제가 되며 출시 초기 한 달 만에 650만병이 판매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던 음료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9월 과일맛 젤리의 대명사 ‘마이구미’에다서 식감을 차별화한 신제품 ‘포도알맹이’를 내놓았다. 11일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Wadiz)’를 통해 선공개하며 주 이용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오리온 90년대 초부터 마이구미, 왕꿈틀이 등 히트상품을 연이어 출시한 바 있다. 1991년 첫선을 보인 마이구미는 20018년 현지명 ‘궈즈궈즈’로 중국시장에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베트남에도 현지명 ‘붐젤리’로 발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이소는 현재 식품 코너에 ‘월드컵 어포’ ‘별뽀빠이’ ‘호박 쫀드기’ 등 추억의 과자와 간식을 판매하는 코너를 별도로 운영, 판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이소몰은 동일한 감성의 ‘차카니’ ‘아팟치’ ‘월드컵 맛기차콘’ ‘감자알칩’ ‘꾀돌이’ 등 문방구 주전부리 15종을 한데 모은 ‘추억의 간식세트 철수와 영희’를 선보이기도 했다.

근대골목단팥빵도 ‘생크림 단팥빵’ ‘녹차생크림 단팥빵’ ‘딸기생크림 단팥빵’ 등 초딩입맛을 저격하는 달콤짭조름한 빵들로 구성된 ‘초딩입맛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맘스터치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들을 위해 공룡 치킨 너겟에 ‘꼬꼬핫도그 오리지널’ ‘꼬꼬핫도그 뿌치’로 구성된 꼬꼬핫도그 2종을 더해 총 3종의 스낵 신메뉴를 선보였다.

 

지난 4일 경기 김포시 구래동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 다양한 종류의 젤리들이 진열돼있다. (사진=전제형 기자)

과거로 먹고 산다? MZ세대까지 공략



이처럼 식음료업체들이 앞다퉈 초딩 입맛 제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어른이 돼서도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즐기는 ‘키덜트(Kidult)’ 트렌드가 관련 업계에 열풍을 일으키며 기성세대에겐 추억과 향수를,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자)에게는 신선함과 재미를 주기 때문.

키덜트란 ‘키드(Kid)’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유아적 감성을 간직한 어른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 프라모델을 중심으로 키덜트가 처음 소개된 이래 장난감, 애니메이션 등을 취미로 즐기는 성인들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집콕’ 일상이 지속돼 어린 시절 향수를 쫓으며 답답한 일상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식음료가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팔도 측은 요즘은 몸에 좋은 음료를 많이들 찾는 추세지만 제품 기획 당시 뉴트로 트렌드가 있었고, 과거 ‘뿌요소다’가 청소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재차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측은 최근 식감을 차별화한 이중 식감과 리얼한 모양으로 재미 요소를 더한 젤리의 선호도가 높아 포도알맹이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이소 측은 매장 이용 고객들의 연령층이 다양한 가운데 레트로한 간식이 40대 이상 고객들에게는 ‘추억’으로, MZ세대에게는 ‘새로움’이라는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어 해당 간식 코너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경기 김포시 구래동에 위치한 한 매장에 다양한 주전부리 간식들이 진열돼있다. (사진=전제형 기자)

 

이 같은 초딩 입맛 제품 열풍에 힘입어 식음료기업들의 관련 제품 개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CNB에 “소비자 취향 변화에 맞춘 다양한 맛과 제형, 식감의 레트로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본 뒤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상품을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억 마케팅’ 의존도를 낮출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위 ‘Z세대(90년대 후반~2010년 출생자)’로 불리는 미래 주소비층을 위해 다양한 입맛을 개발해야 함에도 마케팅·연구개발(R&D) 등에 있어 과거 의존도가 높다는 것.

20대 회사원 안유리씨는 CNB에 “몇 년 전 복고 열풍을 타고 부모님 세대 식품들이 리뉴얼돼 나왔을 땐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겼지만, 이런 트렌드가 수년간 계속되면서 식상해진 느낌도 든다”고 지적했다.

(CNB=전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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