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계급장 떼고 ‘SNS인플루언스’로
‘소통→상생→성장’ 선순환 고리 창출
이베이 품고 온·오프 절대 강자 될까
이커머스업계 2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온·오프라인 절대 강자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신세계그룹이 상생·성장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장은 신세계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그룹 태생 이래 유례없는 대대적 사업재편, 호칭 파괴 등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의 자신감의 끝은 어디일까. (CNB=도기천 기자)
“고객에게 광적인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원 팀, 원 컴퍼니(One Team, One Company)’가 돼야 합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정 부회장이 강조했던 말이다. 정 부회장의 이 말은 단순히 계열사들 간 협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3조4400억원을 베팅해 이커머스 공룡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것은 ‘필요한 모든 것을 신세계 안에서 얻는다’는 ‘원(ONE) 신세계’ 개념이 본 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한다.
실제 신세계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을 합치면 25조원(작년 기준)으로 업계 1위 쿠팡(20조원)보다 많다. 더구나 쿠팡은 갖지 못한 막강한 오프라인(백화점·이마트)까지 갖추고 있어 ‘원(ONE) 신세계’가 먼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성장’과 ‘상생’이라는 양날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얼핏보면 서로 다른 개념 같지만 정 부회장에게는 한 몸처럼 익숙하다. 고객과의 소통,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경영의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도 소비자·파트너사와 ‘상생’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이런 점에서 정 부회장은 ‘SNS 인플루언스’로 불릴 정도로 고객과의 소통이 활발하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회사제품 홍보는 물론 영화 평, 맛집 소개 등 일상생활을 공유하면서 젊은층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팔로워가 70만명에 육박한다.
최근 신세계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이 회사 내 직급·호칭을 없앤 것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마트와 SSG닷컴은 이번 달부터 사내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고 상호 존댓말 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호칭 대신 이름이나 영어 애칭 뒤에 ‘님’자를 붙여 부른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의 경우 ‘희석님’으로 불린다. 정 부회장은 임원진에게 자신을 ‘YJ님’으로 불러달라 요청했다고 한다.
“상생이 곧 성장” 소통영토 확장
이같은 ‘정용진식 소통’은 고객이나 임직원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재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과 맞물려 협력사와의 상생, 친환경 캠페인 등으로 소통 영토가 넓어지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투명경영을 하자는 의미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부터 협력사까지 참여하는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상생채용박람회’를 열고 있으며, 특히 청년, 경력단절여성, 장애인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통시장과의 상생에도 힘쓰고 있다. 2016년 충북 당진의 당진시장과 협력해 상생스토어를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구미 선상봉황시장, 경기도 안성과 여주의 전통시장 등 전국 각지에 상생스토어를 열어 전통시장과의 동반성장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정 부회장 개인 차원의 선행도 눈에 띈다. 2019년 방송에서 백종원의 부탁으로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되고 있던 일명 ‘못난이 감자’를 이마트에 보급해 ‘완판 신화’를 쓴데 이어, 유통 구조 혁신을 통해 ‘햇 수미감자’를 기존보다 3분의 1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은 유통대기업과 현지 농가가 동반성장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또한 정 부회장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프로젝트인 ‘지식향연’을 개최하고 직접 강사로 나서는 등 인문학 전도사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상생의 또다른 한축은 ‘친환경’이다.
이마트는 2018년 이마트 성수점을 시작으로 79개 매장에서 플라스틱 회수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고객들의 참여로 모은 폐플라스틱은 어린이 교통안전 반사판 2만1000개, 접이식 쇼핑카트 1만3500개 등으로 재탄생했고 모두 지역 사회에 기부됐다. 올해는 처음으로 글로벌 협업 환경프로젝트 ‘아이엠어서퍼’와 손잡고, 자연과 함께하는 서퍼 문화에 환경운동을 더하는 방식으로 캠페인 영역을 확장했다.
이마트 매장 내에 샴푸, 바디워시, 세제 등을 리필해 사용할 수 있는 리필 매장을 도입한 점도 눈에 띈다. 여기에는 아모레퍼픽, LG생활건강, 슈가버블 등 생활용품 제조사들이 동참했다.
또한 지난 2017년부터 시작한 ‘이마트 모바일 영수증 캠페인’에는 현재까지 약280만명의 고객이 참여해 종이 영수증 1억장을 감축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마트가 환경부와 함께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물류 포장용 스트레치필름(공업용랩) 자원 재활용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스트레치필름이란 물류센터나 산업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얇은 플라스틱 비닐 필름으로, 파레트(화물운반대) 위에 적재된 물건들이 운송 시 흔들리지 않도록 감싸 고정하는데 사용된다.
이마트와 환경부는 지난 6일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스트레치필름 회수 및 재활용 확대 공동 선언’ 협약식을 진행하고, 물류 포장용 스트레치필름(랩) 재활용 시범 사업에 착수했다. 이마트는 버려지는 폐 필름을 전량 회수한 뒤 이를 재활용해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1660톤 감축에 나선다는 목표인데, 기존의 약 절반 가량이 줄게 된다.
이마트 김동재 ESG추진사무국 팀장은 CNB에 “고객과 함께하는 친환경 캠페인을 통해 고객의 자발적인 친환경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 구축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용진표 혁신’ 최대무기는 SNS
이처럼 신세계의 성장전략은 소통과 상생에 방점이 찍혀있다. 정 부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혁신은 소통에서 비롯되며, 이는 곧 동반성장의 지름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26년 경력의 한 유통대기업 임원은 ‘정용진식 소통’을 이렇게 정의했다.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누구보다 소통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인으로 보인다. 소통을 통해 파트너사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사회적 책임경영의 모범사례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그의 최대 무기인 SNS는 고객 만족도, 계열사간 협업, 중소협력사와의 동반성장 등 ESG경영의 원천이 되고 있다. 업계 다른 CEO들이 그를 부러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