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질병관리에서 건강관리로’ 전환이 그것이다.
건강관리(healthcare)는 융합기술의 발달과 인재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에 가능하다. 최근에는 첨단기술 발달로 센스,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술이 과거의 의료 진단 시스템을 뒤엎고 있다. 여기에 더해 로봇공학과 3D 프린팅의 발달로 의료 시술방법이 뿌리부터 바뀌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게놈학, 양자 컴퓨팅의 혁신적인 기술 발달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의료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 환경 개선으로 인하여 인간들의 오랜 염원인 수명연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에서 ‘건강관리’로…의료 패러다임의 변화
최근까지도 대부분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 것은 건강관리보다는 질병치료를 위해서다. 의사들은 대개 질병이 발생한 이후에야 치료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의료비용도 많이 든다. 미국에서는 의사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실시하는 불필요한 의료행위에 낭비하는 돈이 연간 21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과히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우리나라도 불필요한 의료행위에 소비하는 돈이 상당할 것이다.
네이처(Nature)에 의하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0대 약이 실제로 치료에 도움이 된 경우는 복용자의 4~25%에 불과하다. 일례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자주 사용되는 스타틴(Statin) 같은 일부 약은 50명 중 1명에게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미국인 한 명이 의료로 소비하는 돈이 연평균 1만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더욱이 2027년에 의료 산업에 지출되는 비용은 GDP의 20퍼센트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해를 거듭할수록 의료비용이 급증하는 추세다.
그동안 의료산업은 대형 제약회사, 비대한 정부, 의사, 간호사 그리고 훈련된 의료 전문가들의 협업관계에 의해 운영되어왔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와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의료산업에 뛰어들면서 업계 지형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애플을 선두로 의료산업 경쟁에 합류한 글로벌 기업들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삼성, 바이두, 텐센트 등이다.
심지어 CEO 팀 쿡(Tim Cook)은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그동안 애플이 인류에게 가장 크게 공헌한 바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의료분야일거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글로벌 기업에서 생산한 인공지능 제품들은 이미 일반인들의 가정에까지 파고들어 소비자의 신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전문적인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 질병의 조기 감지는 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거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알파벳의 헬스케어 사업부문 베릴리 라이프 사이언스(Verilly Life Science)에서는 사용자의 혈당부터 혈액 화학수치까지 모든 것을 추적하고 관찰할 수 있는 신체 내부 및 외부작용 센서들을 개발한다.
한편 엑소이미징(Exo Imaging)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의 3D 초음파 이미지 진단 장비 값은 저렴한데다 휴대가 가능하다. 또한 구글 X프로젝트의 리드였던 메리 루 젭슨(Mary Lou Jepsen)이 설립한 오픈워트(Openwater)는 적외선 레이저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휴대용 MRI 장비를 개발하였다. 미래학자들은 이러한 첨단 의료기기의 개발로 가까운 미래에는 전 인류의 4분의 3이 여태껏 누리지 못했던 의료 영상 서비스의 혜택을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나눠 갖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chatter robot)은 네트워크, 센서, 컴퓨팅 같은 융합기술의 물결을 타고 거침없이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의사들은 첨단 의료 장비와 함께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가장 공통된 바람 중의 하나는 질병으로부터 영원히 해방되는 것일 게다. 그러기에 각종 첨단의료 장비를 이용하여 질병을 조기에 감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것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진단을 받는 것이다.
*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