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냐 낙마냐” CEO들 거취 주목
삼성물산·현대건설, 예상밖 ‘세대교체’
대림산업·호반건설 등도 ‘물갈이’ 동참
롯데건설·SK건설·HDC는 ‘연임’ 선택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주요 건설사 대표들의 임기연장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수장이 오세철 신임 사장으로 바뀌었고, 현대건설도 윤영준 신임 사장을 새 대표로 내세웠다. 반면,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 안재현 SK건설 사장,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등은 유임이 확정됐다. 아직 임기연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김형 대우건설 사장,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CNB=정의식 기자)
1·2위 건설사 ‘수장 교체’에 업계 ‘흔들’
코로나19 위기가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인사 시즌’을 맞아 분위기 일신을 도모하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시공능력 1·2위 건설사의 수장이 이미 교체된 가운데 다른 건설사들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수장 교체’의 포문을 연 곳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8일 2021년 정기사장단 인사를 통해 건설부문 오세철 부사장을 동 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오 사장은 건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두바이 등 현장을 경험하고 글로벌조달실장을 역임한 후 2015년 12월부터 플랜트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현장 전문가다. 회사는 오 사장이 건축, 토목, 플랜트, 주택 각 분야에서 기술력 및 프로젝트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인사에 대해 “각 부문에 필요한 핵심 경험과 역량을 보유한 현장 전문가를 사장 승진과 동시에 대표이사로 과감히 보임해 변화와 혁신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의 연임이 무산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암묵적 관례였던 ‘만 60세 퇴진 룰’이 적용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959년생인 이 사장은 이미 만 60세를 넘겼음에도 높은 경영성과 덕분에 자리를 지켰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위기로 실적이 부진해져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도 지난 15일 발표한 현대차그룹 2020 하반기 임원인사에서 윤영준 주택사업본부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윤 사장은 사업관리실장, 공사지원사업부장,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현장전문가’다. 특히 2018년부터 주택사업본부를 이끌며 브랜드 고급화와 대형 수주 확보에 혁혁한 성과를 거둔 인물로 알려졌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로는 단군이래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주목받던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쥔 것. 수주 과정에서 윤 사장은 “나도 한남3구역 조합원이 됐다. 내가 살 집을 짓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발언을 해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정진행 부회장과 박동욱 사장은 고문으로 위촉됐는데, 이 역시 세대교체의 필요성과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부진이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외에 대림산업은 건설사업부문이 인적분할되어 내년 1월 1일부로 출범하는 DL E&C(디엘 이앤씨)의 대표이사로 마창민 건설사업부 경영지원본부장을 내정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마 대표는 내년 1월 4일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호반그룹도 17일 현대건설 출신의 김선규 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을 총괄회장에 선임하고, 주력 계열사인 호반건설 새 대표이사로 박철희 사장을 선임했다.
변화보다 ‘안정’ 택한 곳도
반면, ‘물갈이’가 아닌 ‘안정’에 방점을 찍은 건설사들도 있다.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은 지난달 26일 발표된 롯데그룹 35개 계열사 정기 임원인사에서 임원 수가 약 20% 줄고, 임원 직급 단계가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되는 ‘인사 태풍’이 불었음에도 연임에 성공해 주목을 끌었다.
하 사장은 2017년 취임 후 4년째를 맞았음에도 연임에 성공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주력사업인 주택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롯데캐슬’과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르엘’을 내세워 주택 분양 실적과 재정비사업 수주 등에서 선전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총 1만9292가구를 공급했는데, 이는 10대 건설사 중 3위에 해당하는 물량이며, 11월 기준 재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2조6106억원도 지난 2015년 이후 5년 만의 최대 기록이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은 지난 4월 인사에서 연임이 확정돼 2023년 3월까지의 임기를 확보했다. 지난 2019년 1월 임기를 시작해 2021년 3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2년이 더 늘어난 것. 안 사장은 국내 최대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인 EMC홀딩스를 인수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통해 미래 건설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도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15일 발표된 HDC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호텔HDC, HDC리조트, 부동산114, HDC아이앤콘스, HDC아이파크몰 등 5개 계열사의 대표가 교체됐지만, 권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됨에도 교체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권 대표의 연임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이후 법정공방에 돌입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함에도 13%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선전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2013년 6월 대표로 임명된 이후 7년째 수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임기가 2022년 3월까지여서 당분간 업계 최장수 CEO의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포스코건설, 선택은?
한편, CEO 임기 만료가 다가오지만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건설사들도 있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이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이며,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의 임기는 같은해 3월까지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에도 우수한 사업실적을 보여 유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우건설의 경우 그간 연임한 CEO가 거의 없어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 SK건설 대표의 임기가 연장되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두는가 했는데, 건설업계의 대표 기업들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과감한 ‘세대교체’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며 “기업들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일단은 위기 국면을 맞은 이상 안정적 리더십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