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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시절인연 시절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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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기자 |  2020.12.07 10:02:00

전통 판소리를 현대적 리듬의 국악으로 구현해 주목받는 이날치 밴드와 어지러운 시대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한국 대중에게 친숙하게 소환한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통을 바라보는 시각, 오래된 것의 가치를 변화와 혁신을 통해 오늘날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접목은 우리 미술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서양미술에서 쓰는 재료인 스테인드글라스를 불화에 적용함으로써 미술의 폭을 확장시킨 임종로의 ‘수월관음도’, 조선의 대가들의 작품을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로 소환해 한 폭에 담은 루씨쏜의 ‘유유자적’ 등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통의 현대화’의 무대를 오늘날의 미술계로 옮겨, 전통을 기반으로 혁신적이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한 작품들을 살펴보는 작업을 시도한다. 동시대 작가에게서 옛 그림의 흔적을 찾고, 그 의미를 밝히며 그림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은 ‘모든 사물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로, ‘모든 인연에는 다 때가 있다’는 뜻이다. 옛 그림과 동시대 그림의 만남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인연이라는 게 저자의 이야기다. 그런 작품들 가운데 저자의 삶 속에 들어와 깊은 울림을 남겨 ‘시절그림’이 된 작품도 있다. 조재임의 ‘바람숲’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사람과 함께 봤던 봄날의 꽃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움의 마음이 됐고, 이수영의 ‘쌈밥집의 풍경’은 가족을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엄마의 모습에 주목해 일상의 기록화가 됐다. 시대를 아우르는 삶의 다양한 장면에서 저자가 길어 올린 메시지는 일상을 잃어버린 코로나 시대의 현대인에게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전한다.

조정육 지음 / 1만 7000원 / 아트북스 펴냄 /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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