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필요성이 강조된 지도 꽤나 오래됐다. 삶에 유용하며 필수라고까지 하는 인문학의 수혜를 가장 크게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저자는 ‘비직관형’ 인간이라고 말한다. 직관적이지 못하고 의심이 많아 판단과 행동이 느린 인간은 슬럼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유형의 인간에게 인문학은 ‘이론’이라는 동아줄을 내려줄 수 있다는 것.
스스로를 ‘생활인문인’이라고 표현하는 저자는 지독한 슬럼프 속에서 인문학을 읽고 그리면서 삶에 기둥을 세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수시로 맞닥뜨리는 어려움들에 인문학적 이론들을 대입하며 문제를 극복해낼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자기만의 ‘관점’도 생겼고, 지성은 다름 아니라 관점의 축적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관점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복잡한 인문학 이론을 생활의 컷으로 구현해냈다. 특히 저자는 지금 시대에 사랑이 과연 가능한지, 친근하지만 도발적인 주제로 시작해 이를 돈/부(富) 같은 주제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사랑, 돈, 자유, 계급, 공공까지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지금, 여기를 관통하는 인문학의 핵심 화두를 이해하게 돕는다. 이 과정 안에 화폐의 역사, 금융 및 정부의 탄생, 자본주의 이슈, 현재의 인문학적 과제 등 지식이 배치됐다. 애덤스미스, 루소부터 데카르트, 칸트에 이어 마르크스와 한나 아렌트, 그리고 마이클 센델까지 철학자와 철학이론이 위치해 있다.
권기복 지음 / 1만 5000원 / 웨일북 펴냄 / 3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