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상황과 감정들을 진솔하고 날카롭게 담아낸 산문집 한 편이 출간됐다.
임휴찬 작가의 산문집 ‘해피엔딩 좀 쓰면 안 돼요?’는 시니컬한 정서가 풍기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면서도 그 뒤편 심연의 공간에서는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려는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글은 사회의 부조리함과 사람들의 이중성을 지적하며 냉소를 보내는 반면, 또 다른 글에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또한 내면 깊숙한 곳에서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작가만의 독특한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취재기자, IT 기획자, 연극연출가, 영화감독 등 직장생활과 창작활동을 꾸준히 병행하며 살아온 작가의 삶처럼 책이 다루고 있는 소재도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느낀 단상들이 모아졌다.
‘해피엔딩 좀 쓰면 안 돼요?’라는 제목은 작가가 주변 사람들에게서 실제로 많이 들었던 질문이라고 한다. 십수 편의 희곡과 단편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했지만, 그 중 해피엔딩 스토리는 한 편도 없었다. 작가는 이에 대해 “엄연히 존재하는 불행을 가상의 해피엔딩으로 치환하는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해피엔딩을 쓰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한다.
억지로 만든 해피엔딩은 막연한 거짓 희망을 심어주기 때문에 오히려 세상을 새드엔딩으로 만드는 행위라고 역설한다.
산문집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지만, 책의 구성은 형식을 지정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수필과 칼럼들이 지나가다가 꿈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무의식을 표현한 글들도 불쑥 나타난다. 작가의 생각을 단순히 전달하기보다는 “생각의 내밀한 촉감과 정서까지 담을 수 없을까?” 고민한 흔적들이라고 한다.
임휴찬 지음 / 꿈공장플러스 펴냄 / 1만3000원 / 2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