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면세점 업계가 정부 지원책 연장으로 한숨 돌렸다. ‘국내 재고 판매’와 ‘제3자 반송’ 정책 기간이 연장되면서 실적 개선 흐름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 여기에다 매출의 한 축인 ‘중국 보따리상’도 다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과의 관광교류 재개는 요원한 상황이라 기업들은 추가 지원을 고대하고 있다. CNB가 죽을 고비를 넘긴 면세점 현장을 들여다봤다. (CNB=김수찬 기자)
보릿고개 넘기며 기사회생 했지만
각국 관광 재개 요원해 앞날 캄캄
따이공에 수수료 주며 근근이 연명
코로나19 영향으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 중인 면세업계가 기사회생하고 있다. 영업 손실 규모가 점차 감소하면서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최근 한국면세점협회가 발표한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4841억원으로, 전월(1조4441억원)에 비해 약 4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가 본격화된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다.
면세점 매출은 지난 1월 2조247억원을 기록한 이후 2월에 1조1025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이후 4월 9867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분기별로 봐도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 국내 면세점의 3분기 매출은 4조1796억원으로, 전 분기 매출 3조1176억원보다 약 1조 이상 증가했다.
면세업계 빅3(롯데·신라·신세계) 중 유일하게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라면세점의 3분기 매출은 771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지만, 전 분기에 비해서는 33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영업손실 규모는 142억원으로 전 분기(-475억원)보다 333억원 개선됐다.
실적 개선의 이유로는 정부 지원 대책이 꼽힌다. 관세청은 지난 4월 면세업 지원 방안으로 ‘재고 면세품 내수 판매’와 ‘제 3자 국외 반송’을 한시 허용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허용 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제 3자 국외 반송이란 국내 면세업체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입국하기 어려워진 해외 면세 사업자에게 세관 신고를 마친 면세품을 보내주는 제도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CNB에 “면세점 지원책의 기간이 연장되면서 전반적으로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최소한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 역시 “3분기 실적 공시에 나온 대로 매출은 전 분기에 비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매출만 늘어…여전히 적자행진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의 역할도 컸다. 코로나19로 활동을 중단했던 중국 보따리상들은 올 하반기부터 영업을 재개하기 시작해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구입한 면세품을 현지 온라인을 통해 판매 중이다. 국내 입국 시 자가격리 2주와 그에 따른 비용도 아깝지 않다는 판단이다.
특히 대량으로 물건을 매입하는 ‘기업형’ 따이공이 외국인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고객 수가 많이 감소한 것에 비해 매출 감소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고객 수는 6만6000명으로 지난 1월(161만명)과 비교해 약 155만명 가량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외국인 매출액은 4조295억원으로 올해 1월(1조7017억원)대비 15.3% 감소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중국 보따리상이 매출의 대부분을 견인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면세점 입장에서 남는 장사가 아니란 의미다. 국내 면세점은 중국 여행사에 보따리상을 모객한 대가로 평균 10%대의 송객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일종의 마케팅 비용을 내면서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것.
현재 면세점 업계는 실적 개선을 위해 송객 수수료율을 높이면서까지 보따리상을 모집 중이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올 1분기 매출액 대비 송객 수수료는 4.3% 수준이었지만 2분기에 8%, 3분기에는 16.1%를 기록했다. 중국 보따리상에 의존할수록 마진이 적어지는 구조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CNB에 “매출을 늘리고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영 중인 방안이다. 남는 장사가 아니더라도 중국 보따리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가 종식되면서 관광객이 늘어나기 전까지는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허수수료 감면 절실”
업계는 각국의 입국 제한이 지속되는한 정부의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필요한 정책적 지원으로는 ‘특허수수료’ 제도 개선이 꼽힌다. 특허수수료는 정부가 면세사업자에게 독점적 권리를 주는 대신 행정·관리비용 징수, 감면된 조세의 사회 환원 등의 목적으로 부과하는 요금이다.
현행 관세법상 매출이 1조원을 넘는 면세사업자는 기본 수수료 42억원에 1조원을 초과한 매출액에 대해 1%를 면세 특허수수료로 내야 한다. 지난해에만 국내 면세점이 관세청에 납부한 수수료는 734억원에 달한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특허수수료를 감면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유예와 분할 납부 등이 허용된 상황이지만, 한시적으로 감면 대책을 마련해야 자금 유동성 위기가 해소될 것이라 말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CNB에 “특허수수료는 매출액에 연동해 납부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법인세를 내는 만큼 이를 이중과세로 인식하기도 한다. 매출이 아닌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작된 ‘목적지 없는 관광 비행’에서 면세품 쇼핑을 허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해외에 착륙하지 않고 상공을 비행한 노선도 국제선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면세점 이용 허가만 있으면 쇼핑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면세사업 특허수수료 감면을 위한 관세법 일부 개정안은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0인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또한 관세청과 국토부는 무목적 비행 시 면세 쇼핑 허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