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부채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유럽 선진국들의 국가부채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유럽 선진국들의 부채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십년 동안 정치인들이 재원도 없이 국민들에게 인기영합적 정책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국가 부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를 성장시켜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제성장을 통해 부채로부터 해방된 나라는 거의 없다. 카르멘 라인하르트(Carmen M. Reinhart)와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의 분석에 따르면, 정부 부채가 GDP의 90퍼센트 이상 되면 실질 경제성장률이 1퍼센트 포인트 떨어진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독일을 제외한 유럽 대부분 국가들의 정부 부채는 그 이상이었다.
경제성장률이 GDP 대비 부채비율을 능가하지 못하면 국가부채는 늘어나게 된다. 더욱이 많은 선진국들은 지난 10여년간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재정 적자를 줄이지 못했으므로 부채비율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고, 과거에 비해 GDP 성장률은 너무 낮아서 경제성장을 통해서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이상 현실적인 방안이 되지 못한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성장을 통한 부채 문제 해결은 더 어렵게 된다. 오히려 부채는 더 증가하고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채를 줄이는 다른 방법으로 긴축재정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긴급하게 필요한 투자비용을 줄이면 성장을 가로막고 분배갈등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국내를 떠나 해외에 투자할 명분을 줄 수도 있다.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고 국내에서 긴축재정에 성공할 수 있는 전략으로 수출이 꼽히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 모든 나라가 무역흑자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무역 수지 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는 적자 국가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하였으며,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을 우려해야 했다.
이외에 국가 부채를 줄이는 방법 중에는 부자들의 개인 자산에 더 많은 과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이에 대한 찬반은 팽팽하다.
정부가 많은 재산을 보유한 상위계층에게 부유세를 과세함으로써 계층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과 부유세 징수가 부자들로 하여금 재산의 해외 도피, 기업의 투자의욕 상실, 이중과세 문제 등으로 부작용이 더 크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는 위정자들에게 정치적 쟁점이 되어 왔다.
어쨌든 코로나19 사태에 처해있는 현 시점에서 바라볼때 어느 쪽이 더 가치 있는 정책인지를 신중히 판단하고 결정해야하는 일은 정치인들 몫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안겨준 피해 정도는 정서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엄청나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에 의하면 코로나19사태로 인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가 예상되며 세계경제도 불황의 늪에 빠질 공산이 크다. 기업이 파산하고 자영업자들이 도산하는 등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경제적⸱사회적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게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의 경제적 피해를 모두 덮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여태까지 발생했던 모든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색하게 할 만한 경제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미증유의 코로나19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기업이나 근로자들의 신속한 경제적 재기를 위해 정부 당국은 보다 많은 재정지원, 법인세 및 사회보장연금 납부를 유예 또는 감면, 일자리창출 등 모든 대책을 강구했으면 한다.
*구병두(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교수 및 (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