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음악은 왜, 지금도 우리에게 호소력이 있을까? 실험적인 방식과 느슨하면서도 어느 순간 휘몰아치는 진행, 절망적이면서도 그 안에 담긴 유머 등 베토벤의 음악 세계가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좀처럼 종잡을 수 없을뿐더러 한없이 광범위하다. 베토벤이 탄생한 지 2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독창적인 음악은 음악가를 비롯한 예술가에게는 끝없는 재해석을, 음악 애호가와 일반 청중에게는 삶의 영감을 안긴다. 그런 베토벤의 곡을 오랫동안 연주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연주할까? 연주자만큼 베토벤의 음악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할 사람이 있을까?
이 책은 올해로 창단 45주년을 맞이한 타카치 콰르텟의 리더이자 제1바이올리니스트 에드워드 듀슨베리의 이야기가 담긴 음악 에세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타카치 콰르텟은 1975년 네 명의 헝가리 연주자들이 모여 창립한 현악 4중주단으로, “베토벤에 관한 한 과거와 현재의 그 어떤 콰르텟보다 뛰어나다”(클리블랜드 플레인딜러)라는 평이 따라붙는다.
저자는 타카치 콰르텟에 합류한 최초의 비(非)헝가리인으로, 합류했을 당시 18년 동안 호흡을 맞춘 그들보다 한참 어린 나이였다. 책은 그가 오디션을 보는 것에서 시작해, 리허설, 순회공연, 악기 후원, 음반 녹음, 단원 교체를 거쳐 마지막은 젊은 악단의 공연을 참관하는 것으로 끝난다. 각 장마다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베토벤의 음악이 자리하는데, 지은이는 베토벤의 시대와 현재를 오가며 곡이 작곡된 당시 상황을 풍부한 자료로 살피고 연주자로서 자신의 체험담도 함께 밝힌다.
에드워드 듀슨베리 지음, 장호연 옮김 / 1만 8000원 / 아트북스 펴냄 / 3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