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대기업들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중소협력사에 납품 대금을 조기 지급하고 있어 주목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위기에 처한 협력사의 자금운용을 돕기 위해서다.
장면1 ‘통큰 지원’ 나선 유통대기업들
롯데그룹은 납품대금 6000억원을 조기 지급한다. 롯데백화점, 롯데e커머스,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등 35개사가 참여하며, 약 1만3000개 중소협력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 3일 전인 오는 28일까지 모든 지급을 완료할 예정인데 이는 정상 지급일보다 약 12일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중소협력사에 1900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한다. 이마트는 29일 정산분을 25일로 나흘 앞당겨 450개(이마트 에브리데이 150곳 포함) 협력사에 1420억원을 지급한다. 신세계백화점도 1600여곳 협력사에 다음달 8일 결제예정인 500억원을 오는 28일 지급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한섬, 현대리바트,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6개 계열사와 거래하는 중소협력사의 결제대금 3866억원을 당초 지급일(매달 30일)보다 앞당겨 오는 25일 지급한다.
CJ그룹도 중소협력사에 약 3700억원의 결제대금을 조기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계열사 6곳의 협력업체 7400여곳이 정상 지급일보다 평균 1개월가량 앞당겨 결제대금을 받게 된다. 규모는 CJ제일제당 1600억원, CJ대한통운 760억원, CJ ENM 500억원, 올리브영 500억원, CJ프레시웨이·CJ올리브네트웍스 300억원이다.
장면2 올해 유독 판 커진 이유는?
올해 유독 유통업계의 조기지급 규모가 커진 것은 코로나19 영향에다 긴 장마, 연이은 태풍 등으로 악재가 겹쳤기 때문. 올 여름 이상기후로 농수축산물의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농어민 등 현지 업체들의 시름이 깊다.
또 기후 재해와 별 상관없는 업종의 중소협력사들도 명절 시즌에는 상여금, 명절선물, 생산량 증가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인해 지출이 늘게 된다.
백화점·마트 등은 이들을 협력사로 두고 있는 만큼 타업종에 비해 통큰 지원에 나선 것이다.
롯데그룹 측은 “코로나에 태풍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트너사들을 돕기 위해 조기대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도 CNB에 “이마트는 지난 2008년부터 납품 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해 중소협력사들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대다수 협력사들이 급여 및 상여·원자재 대금 등 각종 비용 지출이 (매월) 25일에 몰려있는 점을 감안해 지급일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CJ그룹 관계자도 “내수 부진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 중소 협력업체들과의 상생 차원에서 2015년부터 매년 추석 명절마다 결제대금을 앞당겨 지급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장면3 ‘나비의 기적’ 경제 숨통 틔워
이러한 유통대기업들의 상생 노력은 중소협력사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국내 경기에도 훈풍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물품대금을 추석 전에 앞당겨 받게 되면 이 자금으로 직원들의 추석 보너스 등을 지급할 수 있게 되고 보너스를 받은 직원들은 다시 이 돈을 소비하게 된다”며 “결국 이렇게 돈이 돌면서 바닥 경기가 조금이나마 살아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조기 지급이라는 작은 나눔이 ‘경제 나비효과’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CNB=전제형 기자)